LG에너지솔루션-SK이노배이션 합의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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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SK이노배이션 합의 잘했다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4.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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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분쟁 종식에 합의했다.총 2조 원에 합의하고 앞으로 10년간 추가 소송을 안하기로 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한 일'이다. 두 기업의 결단을 환영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가 2년 만에 끝났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이번 합의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 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영업비밀 침해 분쟁 합의금 가운데 최고액이다. 아울러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두 회사는 지난달 공식 협상에서 LG가 3조 원, SK가 1조 원을 주장한 가운데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중간지점인 2조 원에서 합의금액이 결정됐다. 두 회사는 일요일인 11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양측 합의금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ITC 최종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로,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까지였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면 미국 내 안정적 배터리 공급에 위협이 되고,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아 큰 정치부담이 된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소 중국 등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것은 물론 폴크스바겐과 포드의 배터리 납품에는 유예기간까지 준 상황에서 명분도 약해진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진 게 바이든 정부였다. LG와 SK 양측에 거부권 시한 전에 합의할 것을 계속해서 종용한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합의하라고 공개로 권했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이날 합의로 두 회사는 둘 다 이득을 챙겼다고할 수 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2 조원의 배상금 부담을 안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 SK 벌이고 있는 조지아주 공장과 폴크스바겐, 포드 공급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을 차질없이 할 수 있게 됐다. 만약 합의를 하지 않고 버텼다면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1공장과 혀재 공사중인 2공장에 투자한 1조 5000억 원 등 수조원을 날릴 판이었다. 

LG는 더 큰 과실을 챙겼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기술을 전 세계에서 공인받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는 미국을 비롯한 신규 배터리 설비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신규 배터리 건설을 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절실한데 골치아픈 송사가 걸림돌이었다. 이번 합의로 앓는이가 빠지고 자금조달 전망도 밝아졌다.

하나금융투자의 김현수 선임연구원 역시 "이번 양 사간 소송 종료를 통해 소송 비용 리스크는 사라졌고 시장 점유율 상승 속도 둔화 리스크 역시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주요 자동차 시장 중 전기차 침투율이 가장 낮은 미국의 110조 원 전기차 보조금 집행 국면에서 미국 소송 이슈 종결은 분명히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LG화학, 소재 공급사슬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스와 SK이노베이션의 합의는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한 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하고 키운 기술 등 지적재산권을 공짜로 쓸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기술 개발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그 소중함을 안다면 해당 인력을 우대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함은 굳이 말이 필요없다. 돈을 조금 더 준다면 직원이 이직하는 회사로는 우수 인재를 잡기 힘들다. 이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다.

둘째는 이의제의(以夷制夷)의 계략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힘을 빌려 다른 나라를 제어한다는 이 말은 기업과 사회, 개인사 어디서든 적용된다. 우리나라 제일 기업이라는 LG와 SK가 다투는 사이 중국 기업이 득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과 독일 등의 수요 기업들은 두 기업의 다툼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하는 것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어느 한 기업이 이겨본들 나라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만 손해를 보는 것도 불을 보듯 훤하다.  서로 반목하면 남만 이득을 보는 어부지리(漁夫之利)만 자초한다는 점을 우리 모두 깊이 새겨야 한다. 

피보다 더 진한 게 돈의 유혹이다. 시장을 독점하고 그래서 이익을 오롯이 챙기려 하는 기본욕구를 없애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절제와 자제가 필요하다. 독자 기술과 우수한 제품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 아닐까? 앞으로 두 회사가 공존공생하면서 상승(윈윈)하는 결과를 내놓아 다시 한 번 한국 기업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품도록 해주길 바란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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