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국가채무비율 경고, 손놓은 정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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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국가채무비율 경고, 손놓은 정부 국회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4.1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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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증가 속도, 선진국 평균보다 20배 빨라
국가신용등급 조정 움직임 경고음
다음 정부 떠넘길 생각 말도록 국민 감시해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대로 가면 국가채무비율이 2025년에 현재보다 20%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는 게 골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재정을 풀고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국가채무가 지나치게 빠르게 불어난다는 점이다.그런데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나 돈 쓰기에 여념이 없는 국회는 대책을 궁리하지 않는다. 이게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이 아니고 무엇일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채무는 후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지금 제동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5년 뒤 우리경제는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돼 국제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다'고 갈파한 플라톤의 말이 소름끼치게 와닿는다. 정부와 국회, 국민모두 경계심을 상실한 게 아닐까?

IMF 추계 국가채무 비율 2012~26년. 사진= IMF 재정모니터 2021
IMF 추계 국가채무 비율 2012~26년. 사진= IMF 재정모니터 2021

 

■선심정치에 나랏빚 증가 속도 선진국 중 최고 수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속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갚아야 하는 '나랏빚'규모는 국제사회가 걱정할 정도로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7일(미국  현지시간) 발표한 '재정 모니터(Fiscal Monitor) 보고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48.7%(국제 비교 지표인 D2 기준, 기재부가 6일 발표한 결산 자료는 D1 기준 44%)에서 2026년 69.7%로 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정모니터 보고서는 각국의 재정 당국이 수립한 전망치를 IMF에 보내고, IMF가 이를 바탕으로 취합해 작성한 자료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펴낸 중기 재정운용계획에는 2024년까지의 전망치만 제시돼 있다. 정부는 2024년 국가채무비율이 58.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025~2026년 2년 사이 국가채무비율이 10% 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는 게 IMF에 내놓은 한국 정부의 재정전망이라는 뜻이 된다. 

2020회계연도 결산 국가채무 현황. 사진=기획재정부
2020회계연도 결산 국가채무 현황. 사진=기획재정부


다른 나라의 국가채무도 늘고 있고 그 수준 또한 걱정할 만한 게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맞는 말일 수 있다. 2026년 69.7%까지 올라가더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선진국 35개국 평균치 121.1%보다는 낮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선진국 35개국의 평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20.1%에서 121.1%로 증가폭은 1%포인트에 그쳤다. 한국의 증가폭은 무려 21%포인트로 나왔다. 선진국 평균에 비해 20배 이상 빠르게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셈이다.  35개국 중 소국인 에스토니아(22.3%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일본은 256.2%에서 254.7%로, 이탈리아는 155.6%에서 151%로 각각 국가채무비율이 1.5%포인트와 4.6%포인트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진국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늘기는 하지만 한국만큼 빠르지는 않다. 미국은 127.1%에서 134.5%로 7.4%포인트, 프랑스는 113.5%에서 116.9%로 3.5%포인트, 영국은 107.1%에서 113%로 9.3%포인트로 각각 증가한다. 호주도 같은 기간 63.1%에서 75%로 11.9%포인트 국가채무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대응에서도 차이가 난다. 다른 선진국은 다는 아니지만 나라빚을 줄일 계획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선진국 중 재정건전성을 가장 강조하는 독일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자난해부터 2180억 유로를 투입했다. 그러나 독일은 코로나19 이후 확대한 재정을 안정화시켜, 2026년에는 2020년 대비 국가채무율을 11.8%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캐나다(19.7%포인트)도 국가채무율을 큰 폭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기축통과국이 아니다. 달러와 엔화를 가진 미국과 일본은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달러와 엔화를 찍어내 보충하면 그만이다. 외환보유액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위기 때마다 한국 경제에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한  재정 건전성을 더는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국가채무가 급증해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국가신인도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에 세 번째로 높은 신용등급인 AA를, 피치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A-를 각각 부여하고 있다. 이는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한 번도 하향된 적이 없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자금유출로 외환보유액이 급속도로 고갈될 수 있다. 그렇기에 재정건전성의 눈 높이를 선진국에 비해 2~3배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코로나 대응을 명분삼아 늘려놓은 지출 규모를 정상화하는 데 적극성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잠자는 재정준칙, 국가채무 다음 정부책임 떠넘기려

재정 전문가들은 2025년 재정준칙 도입은 때늦은 것이며 2025년을 고집하는 것은 다음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재정준칙 도입을 주문한다. 가계와 기업부채와 마찬 가지로 국가채무도 한 번 늘어나기 시작하면 제어하기 힘든 만큼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려면 훨씬 앞서 세법 개정과 지출예산에 반영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핑계로 논의를 미루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제출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4개월 째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돼 있다고 한다.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국가 채무의 빠른 증가 속도, 중장기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오는 2025년부터 매년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여야 정치권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위해 도입이 시기상조라며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 방식이 지나치게 느슨해 더 엄격한 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고언에는 귀를 막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만큼  4월 임시국회 논의도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소득주도 성장론,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퍼주기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백신접종 지연 등으로 나라 전체를 거덜낸 이들이 현재의 정치권과 정부다. 그동안의 정책실험으로 경제는 나아졌는가? 코로나19는 잡혔는가? 답은 "아니다"이다. 그 답이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선 결과가다. 그런데도 정부와 집권여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여전히 내년 대선을 겨냥한 표개선만 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라고 한 플라톤의 말이 이처럼 뼈아프게 다가온 때는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는 정치인들이 쓴, 유권자를 위한다는 가면 뒤에 숨은 유권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그들의 실체, 나라빚 걱정은 안중에도 없는 공무원들의 실체를 봤다는 점일 것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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