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백신 굼벵이' 조롱, 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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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백신 굼벵이' 조롱, 국민은 불안하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4.1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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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는 풍뎅이, 사슴벌레, 하늘소와 같은 딱정벌레목의 애벌레나 매미의 애벌레를 말한다.  딱정벌레류의 경우 섭씨 25도에서 30도의 온도에 수분이 적당하면 10일 정도 지나 부화하며, 흙 속에서 반쯤 썩은 짚더미를 먹거나 농작물을 비롯한 각종 식물의 뿌리 등을 먹는다. 다 자란 굼벵이는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완전변태를 해서 성충이 된다. 일부는 번데기를 거치지 않고 성충이 되는 불완전변태를 한다. 초가집의 썩은 이엉 속이나 흙 속, 농작물을 비롯한 각종 식물의 뿌리 근처에 산다. 때로 농작물에 큰 해를 끼치기도 한다.

말광 행동이 느린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굼벵이. 사진=티몬
말광 행동이 느린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굼벵이. 사진=티몬

굼벵이라는 말은 행동이 느린 사람이나 행동이 느린 다른 벌레의 별명처럼 쓰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굼벵이' 소리를 다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에 대응을 잘한 국가들이 이후 대응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도 백신 쟁탈전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이 나라들을 '굼벵이(laggards)'라고 평가했는데 한국도 여기에 들어간 것이다. 치욕스럽게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NYT는 17일(현지시각)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우수 대응 국가로 꼽혔지만 현재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 나라들을 '굼벵이'이라고 지칭했다. NYT는 대적으로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 덕분에 코로나19 대응에 시간적 여유를 얻었지만 이를 낭비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잘하는 나라로 꼽혔지만 이제 미국, 영국이 백신 접종에서 앞서 나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는 것이다.

NYT는 한국, 일본, 호주 등이 미국, 영국 등에서 만든 백신에 의존하면서 초기에 설정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도 늦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과 호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3% 미만이며 일본과 뉴질랜드는 1%도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한국은 일본, 호주와 함께 몇 달 전에 정한 백신접종 시한에 크게 뒤져 있다고 NYT는 강조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현황. 사진=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현황. 사진=질병관리청

자존심이 상하지만 NYT 보도는 사실에 근접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8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백신 1차 접종자는 151만2503명으로, 전체 국민(5200만 명)의 2.91%에 불과하다. 지난 2월 26일 접종 시작 이후 50여일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사람은 하루 3만명 꼴이다. 2차 접종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총 6만585명에 그친다. 

백신 접종이 느리다보니 신규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8일 00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649명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했다. 누적확진자 수는 10만6133명을 기록했다. 

느린 백신접종은 'K 방역' 성과에 안주하면서 백신 확보를 게을리한 결과임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한국은 3차 접종은커녕 1·2차 물량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반기에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1808만8000회분에 불과하다. 그나마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59% 정도고 나머지는 화이자다. 

정부가 정한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하려면 계약 물량이 많은 모더나(2000만 명분), 노바백스(2000만 명분) 등이 제때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초도 물량조차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화이자의  나머지 물량(1900만회), 얀센(10만회분), 노바백스(100만회) 등 271만2000회분 등도 들어와봐야 들어오는 것이다.  또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등 이미 국내에 도입한 백신들은 줄줄이 혈전증 등 부작용으로 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까지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스터샷(3차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부스터 샷이 현실화하면 백신 선진국들의 물량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백신 공급 대란이 심화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느긋해 보인다. 정부는 16일 개각에서 청와대 방역관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 힘은 기 교수에 대해 "중국인 입국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 교수는 예방의학 전문가이고 당시 발언은 이모저모를 잘  따져봐야지만 이 시국에 굳이 그를 임명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 오는 11월 집단면역 구축은 물론 코로나19 극복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접종목표 70%는 전체 인구의 3640만 명에 해당한다.지금 속도로 접종한다면 완료시점까지 약 1300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3년 7개월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 목표는 2024년 가을에나 달성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집단면역이 6년 4개월 걸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은 방역후진국, 굼벵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불가촉 국가'로 낙인찍혀 전세계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방역 선진국이라는 찬사를 받은 'K방역'이 적절한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우리나나라는 '백신 후진국' '백신 굼벵이'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국민은 자존심이 상하고 불안할 뿐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백신확보량을 정확하고 소상하게 공개하고 접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재주를 발휘해 국민 불안을 잼재우길 바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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