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6%, '축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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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1.6%, '축배'는 이르다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4.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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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왔다. 예상을 뛰어넘어 '깜짝 성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한국경제가 터널을 벗어났다'느니 '성장의 정상궤도에 올라섰다'느니 하는 섣부른 낙관론이 정부내에서 나오고 있다. 자화자찬을 하고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직전분기에 비해 1.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성적표는 지난해 4분기(1.2%)보다 높고 1.0%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덕분에 우리 경제는 올해 연간 3% 중반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성과를 내느라 고생한 정부와 관료, 기업인,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분기별 성장률 추이.사진=한국은행
분기별 성장률 추이.사진=한국은행

정부와 한국은행도 1분기 성적표를 반긴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빅 서프라이즈(놀라울 정도로 큰)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국 경제가 코로나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 경제성장의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주요국 중 가장 앞서가는 회복세"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심지어 "한국은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대 대국이 되었고 빠른 경제 회복을 이끄는 세계 선도 그룹이 되었다"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냈다.

1분기 성장률은 '놀라운' 것임에 틀림없고 대통령과 부총리 등이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기에 이것이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며 성장의 정상궤도에 올랐는지, 그래서 고 경제체력이 회복됐는지는 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너무 성급하게 축하 샴페인을 터뜨릴 경우 생길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우선, 건강한 성장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건강해서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은 민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 지출이 삼박자를 이뤄야 가능하다. 1분기 성장은 어떤가. 성장의 상당 부분이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세금 주도 성장'이라는 점에서 건강하지 않다.경제성장률(1.6%)의 절반인 0.8%포인트를 정부·민간 소비가 이끌었다. 민간 소비 기여도가 0.5%포인트로 정부보다 높았다. 이마저도 정부가 1월에 지급한 3차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재난지원금이라는 마중물이 이끌어낸 소비와 성장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속가능성이 확실한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건강한 소비의 원천이 되는 고용과 내수는 여전히 얼음장이다. 지난 3월 취업자 수가 13개월 만에 증가했다지만 주 10시간 이하 '초단기' 로자가 사상 처음으로 110만 명을 넘는 등 고용의 질(質)이 나쁘다.실업자는 121만5000명이나 된다. 1년 전에 비해 3만6000명이 불어났다. 우리 경제가 고용창출 능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셋째, '한국이 빠른 경제회복을 이끄는 세계 선도그룹이 되었다'는 말도 가당치 않다.  한국 경제가 빨리 회복되면서 성장률 전망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8일 발표한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ADO)' 자료를 보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5%로 제시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3.6%보다는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3%보다는 조금 높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ADB 46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 7.3%를 크게 밑돈다. 중국 8.1%는 물론 대만(4.6%), 홍콩(4.6%)보다 낮다.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1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GDP 규모가 한국의 13배나 되는 미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4%에 이르리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상하고 있다. 예측기관들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중국은 올해 8%대, 미국은 6%대, 일본은 4%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보다 뒤지는 게 확연하다. 자화자찬을 하며 축배를 들기는 아직 이르다.

2021년 3월 고용동향.사진=통계청
2021년 3월 고용동향.사진=통계청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한국 경제가 이전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더딘 코로나19 백신접종 속도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국가부채도 크게 불어났다. 가계와 정부 모두 빚더미에 올랐다. 앞으로도 위기가 계속된다면 정부와 가계가 모두 쓰러질 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경제가 좋아졌다고  한국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하는 한은 발표는 대단히 실망스럽다.2010년대 3%대를 보인 한국의 성장률은 2019년 2%에 그쳤고 2020년에 -1%로 주저앉았다.

한국경제가 정상 성장궤도에 올라섰다는 것은 연평균 4~5%의 성장을 지속해서 한다고 이필상 교수는 지적했다. 3%중후반 성장이 예상되는데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한은의 발표는 한은이 정치권 눈치를 보는 정치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밖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실망이 크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등이 내수로 이어지는 노력을 더 해야한다. 경기침체로 상실한 고용창출 능력을 하루 빨리 복원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설비투자, 고용확대, 민간소비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애플은 5년간 430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2만여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하지 않는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신 고속통신 규격 5G와 반도체 개발, AI 등 첨단 부문에서 일자리를 대량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적극 협력하면서 미국 정부의 거대 IT·인터넷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을 피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지 않는가. 기업을 옥죄기 보다는 기업이 스스로 나서도록 하는 주도 면밀한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직한 현실 판단과 올바른 정책추진이 절실하다'는 이필상 교수의 말을 정부는 새겨 듣기 바란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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