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너家, 지주사 주식 매입...경영승계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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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너家, 지주사 주식 매입...경영승계 신호탄?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10.25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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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두산 부회장 49억여원어치 6만3000여주 매수

두산그룹 대주주인 박지원 두산에너빌러티(옛 두산중공업) 회장이 10년 만에 약 50억 원의 지주사 주식을 매입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형제가 번갈아 그룹 회장을 맡는 승계문화가 깨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창업 3세대까지 '형제 경영'을 이어왔다. 박두병 초대회의 뒤를 이어 박용곤(장남)→박용오(차남)→박용성(3남)→박용현(4남)→박용만(5남)으로 이어졌다. 현재 두산은 '원(原)'자 돌림의 4세들이 계열사를 경영하는 '사촌 경영'이 자리 잡았다. 박용만 전 회장은 후임으로 큰형 박용곤 회장의 장남이자 조카인 박정원 회장을 추천해 박정원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 사진=두산에너빌러티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 사진=두산에너빌러티

25일 두산의 공시에 따르면,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이달 17~25일 네 차례에  지주회사 ㈜두산 주식 총 6만 3385주(0.39%)를 매입했다. 매입가는 주당 7만6397원~7만 9730원으로 총 49억 7904만 원이다.

박지원 부회장이 ㈜두산 주식을 매입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박 부회장은 2012년 4분기 ㈜두산 주식 6780주를 매입해 4.27%(89만1321주)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2019년 7만5074주를 매각했다. 2019년 말 박 부회장의 보유주식은 81만6247주로 집계됐다.

2012년부터 이날까지 박 부회장은 ㈜두산의 주식을 한 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이 ㈜두산 주식을 매입한 데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0년 동안 ㈜두산의 주식이 가장 저점인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였다. 2020년 3월20일 ㈜두산 주식은 주당 2만5700원을 기록했다. 이날 ㈜두산은 7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동안 ㈜두산 주식은 209% 이상 올랐다.

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을 저가매수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오너일가가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긍정의 면모다. 주가 부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런데 ㈜두산의 등기임원 중 오너일가는 박정원 그룹 회장 뿐이다. ㈜두산의 임원으로는 박지원 부회장과 박석원 사장(박용성 전중앙대 이사장의 차남) 등이 있다. 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책임경영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기에 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이 경영권 승계를 염두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두산그룹은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 장자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지원 부회장은 박정원 회장의 동생으로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두산에너빌러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조6920억 원, 영업이익 9829억 원, 당기순이익 5292억 원을 달성했다. 

장자승계 원칙에 사촌경영 원칙이 준수된다면 박용성 회장 장남인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다. 그러나 박진원 부회장보다 박지원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 그룹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박지원 부회장은 박정원 회장 다음으로 ㈜두산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의 ㈜두산 지분은 7.41%, 박지원 부회장과 박진원 부회장은 각각 5.32%, 3.64%이다.

물론 박정원 회장이 4연임해 임기가 2024년 주주총회까지로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두산 주가가 많이 빠진 점 등을 들어 단순 저가 매수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박지원 부회장의 지분매입은 두산그룹 내 승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이럴 경우 사촌경영 원칙이 훼손돼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불거질 수 있다. 두산그룹은 2005년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애널리스트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두산그룹은 전통적으로 형제가 번갈아 가며 그룹 회장을 맡았으며, 이는 사촌 경영 체제로 인식됐다"면서 "이러한 원칙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박정원 회장의 사촌인 박진원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박지원 부회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연히 두산그룹은 함구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은 박지원 부회장 개인의 일로 매입 이유 등은 알 수 없다"면서 "형제 간 경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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