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ed,자산매입 축소·기준금리 인상 앞당기나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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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ed,자산매입 축소·기준금리 인상 앞당기나 "글쎄요"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5.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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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FOMC에서 통화정책 재검토 가능성 시사
물가 압력 높지만 고용지표는 미흡한 수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통화완화 기조를 재검토할 것을 시사해 논란이 뜨겁다. Fed가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Fed는 물가상승이 일시 현상이라며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미국과 전세계 경제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충격을 덜기 위해 미국 정부와 Fed가 지난해 3월 이후 대규모 부양에 나선 이후 이 같은 시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 행동에 나서기 전에 시장 반응을 떠보기 위한 '간보기'로 해석된다.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건물. 사진=Fed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건물. 사진=Fed

Fed는 19일(현지시각)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열린 의사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FOMC 의사록은 "미국 경제가 위원회의 목표를 향해 급속한 진전을 계속하면 일정 시점에는 추후 회의에서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다수의 참석자들이 시사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 확대 속에 미국 경제활동 재개가 급속해지는 가운데 마침낸  Fed가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과 제로금리 정책을 바꾸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렇고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통화완화 정책 재검토 평가는 어떤 지표를 보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의사록만 보고 Fed의 행동방향을 속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Fed의 가지 정책 목표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 경제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월에 비해 0.8%,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4.2% 올라 각각 12년과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 3.6%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높은 품목을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 CPI도 0.9% 올랐는데 이는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최고치였다.

또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6.4% 증가하고 소비는 10.7% 급증했다. 4월 실업률은 지난해 4월 14.8%에서 6.1%로 급락했다. 3월(6%)보다는 조금 높아졌다. 

성장률,물가, 실업률 등 주요 지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중단된 생산이 재개되고 소비가 되살아난 결과 호전됐다.

이것만 보면 Fed가 과열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을 조기에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6일 백신 접종과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실업률 등의 결과가 회복을 가리키거 있다면서 Fed의 금리 인상 압박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7일 공개된 4월 고용동향은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7월 신규고용은 예상치 100만 명에 크게 못미치는 26만6000명에 그쳤다. 완전고용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미국 고용시장은 아직도 회복단계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저조한 신규고용을 두고도 해석은 크게 엇갈린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은 여전히 고용이 부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공화당 등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혜택이 노동자들의 취업의욕을 꺾고 있다고 맞서고 있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비판론자들은 힘들게 나가 일하느니 편하게 집에 앉아서 실업급여를 받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미국 기업들이 일할 직원이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꼬집는다.  최근 월마트가 직원 충원을 위해 최저시급을 올린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이런 상황에서 Fed가 정책을 바꿀 것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다. 우선 Fed는 그동안 최근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것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세계 경기가 크게 회복되면 내년까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이라고 밝혀왔다.제롬 파월 Fed의장은 지난달  FOMC 이후 아직은 테이퍼링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공언했다.

게다가 Fed는 지난해 8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단일수치(2%)로 정하지않고 '상당기간 평균 2%에 도달'로 수정했다. 이는 곧 물가가 일시 급등하더라도 Fed가 즉각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의사록 발표 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온라인으로 진행 된 한 경제학 포럼에서 "테이퍼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힌 것더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불러드 총재는 또 팬데믹이 완전히 통제되고 난 뒤에야 Fed가 부양책을 완화할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테이퍼링 논의 개시와 관련해  "몇 주 지나고 나면 좀 더 명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를 보면 Fed가 당장 자산매입을 축소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단행한다면 금리 인상, 달러가치  상승, 채권수익률 상승과 주가하락, 신흥국 자본유출 등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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