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전기차 배터리 선도국 되려면 생태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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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전기차 배터리 선도국 되려면 생태계 갖춰야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1.05.2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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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에너지캐나다 보고서 "캐나다 전기차 배터리 선도국 잠재력 있다" 평가

캐나다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수자원부터 임산자원, 광물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시쳇말로 땅만 파면 자원이 나오는 나라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오일샌즈는 정류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수출품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광물도 풍부하다. 양극재용 니켈과 리튬, 코발트,알루미늄, 망간 음극재용 흑연 등이 많은 나라가 캐나다다. 그런데 캐나다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수출하는 나라는 아니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의 80%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해 폴크스바겐과 BMW 등에 공급한다.

캐나다 근로자가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클린에너지캐나다
캐나다 근로자가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클린에너지캐나다

캐나다도 이제 배터리 산업 진흥에 나서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캐나다의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이 지난 19일(현지시각) 전한 소식이다. 이 매체는 '캐나다가 전기차 배터리 선도국이 될 알맞은  요소들을 갖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종합대인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SFU)내 기후변화와 청정기술 관련 싱크탱크인 '클린에너지캐나다'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캐나다와 캐나다 전기버스 제조업체 '라이온 일렉트릭', 캐나다광산업협회, 자동차부품제조사협회, 캐나다 최대 노조인 유니포(Unifor) 등 관련 분야 간판 기업과 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것이다. 

보고서 제목은 '말을 행동으로 전환하기: 캐나다 배터리 공급사슬 구축'이며 캐나다가 큰 잠재력을 가진 나라임에도 배터리 강국이 되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캐나다가 전기차 배터리 강국이 되기 위한 조언 9가지를 담았다.

클린에너지캐나다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슬 강화 방안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기업과 단체들. 사진=클린에너지캐나다
클린에너지캐나다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슬 강화 방안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기업과 단체들. 사진=클린에너지캐나다

보고서는 캐나다가 블룸버그신에너지(NEF)가 평가한 배터리 공급사슬 잠재력에서는 세계 4위에 올랐지만 캐나다에는 제조능력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캐나다는 금속 제련과 화학가공 능력이 부족하고  배터리 셀이나 모듈, 팩을 상업규모로 생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둘째, 캐나다의 시장규모가 작아 국내 배터리 공급 사슬을 키우고 기업을 캐나다에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그런데도 캐나다에는 승용차 주문자상표생산(OEM)   챔피언이라고 할 만한 기업이 없다. 

셋째, 배터리 시장 진입을 막는 중국이라는 장벽이다. 중국은 배터리 사업에서 경험을 축적했고 정부가 개입하고 지원하며 노동기준이 없을 뿐더라 물량 공세로 상품가격을 낮추는 만큼 캐나다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가격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넷째, 캐나다의 더딘 의사결정 과정이다. 결정을 허가고 자금지원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캐나다에서 성장하게 어렵게 만든다. 미국도 배터리와 관련해 캐나다와 경쟁하는 만큼 캐나다는 의사결정 절차를 신속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캐나다는 리튬과 흑연, 니켈과 코발트, 알루미늄, 망간이 풍부한 나라로  오는 2030년께 1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튬배터리 이온 시장에 뛰어들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원재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시장과 배터리 산업을 창출할 생태계가 없다면 캐나다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슬에서 최고 경쟁자의 위치에 오를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광물 탐사에서 배터리 소재 생산과 배터리 셀, 모듈, 팩, 통합과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슬 주요 단계. 사진=클린에너지캐나다
광물 탐사에서 배터리 소재 생산과 배터리 셀, 모듈, 팩, 통합과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슬 주요 단계. 사진=클린에너지캐나다

보고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배터리 공급사슬을 강화하는 것은 캐나다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면서 9가지를 조언했다. 우선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배터리 공급사슬 구축 노력을 조율할 수 있는 정부내 배터리 사무국을 설치하고 올해 말까지 캐나다 배터리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조언을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산업계 주도, 정부 지원의 태스크포스를 즉각 소집하며 캐나다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북미배터리얼라이언스를 내년에 출범시킬 것을 제안했다.

또 캐나다의 미드스트림 공급사슬 역량을 강화하고 전략적 투자의 난관을 헤쳐나가고 투자하는 배터리 공급사슬 전용 펀드를 출범시키며 '청정하고 책임있는' 캐나다 브랜드를 진흥시킬 것도 권고했다.

아울러  캐나다가 보유한 첨단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하고 연구개발(R&D)을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계가 주도하는 우등연구센터를 설치할 것을 조언했다. 

현재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도 업계의 이런 요구를 알고   예산 배정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의 2021회계연도 예산안에는 배터리 공급사슬 지원 조치들이 들어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기술을 가진 기업에 법인세와 소득세 50% 감면 같은 것이 그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중공업계가 탈탄소화하는 것을 돕고 청정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기존 30억 달러 외에 추가로 5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중요 배터리 광물 가공을 발전시키기 위해 3680만 달러를 배정했고 내추럴리소시스캐나다에 중요배터리광물우등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960만 달러도  배정했다.

이런 보고서는 캐나다인들을 상당히 고무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가 배터리 선도국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다 갖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현재 세계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일본, 중국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가 가야할 길은 대단히 멀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2030년 세계 배터리 시장을 내다보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충분히 가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캐나다가 북미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배터리 강국이  된다는 것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강국 한국에게는 큰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게 많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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