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 대북특별대표에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임명했다. 한국 출신인 성 김 대표는 법학박사로 검사생활을 거쳐 외교관이 돼 오랫동안 미북 대화에 관여한 직업 외교관이다. 한국에 능통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이 새 대북특별대표로 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섬김 대표에 대해 "깊은 정책 전문성을 가진 직업외교관인 성 김 대사가 대북특별대표로 일하게 됐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면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한반도 문제에 전문성이 탁월한 분이 임명돼 기대가 크다"면서 "성 김 대표 임명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하고, 이미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성 김 특별대표는 중학교 1학년까지 서울에서 살다 이민가 198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명은 김성용으로 한국에도 능하다. 차분한 말씨가 일품이다. 그는 펜실베니아대를 나온 후 로욜라 로스쿨을 나와 검사생활을 하다 외교관이 됐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국무부 아시아태평양국 소속인 성 김 신임 대북특별대표는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별대표를 맡았다. 그 해 6월에는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현장에 미국 대표로 직접 참석해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제출한 핵 관련 자료를 갖고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왔다.
그는 한미수교 121년 만인 2011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주한대사에 임명돼 2014년까지 근무했다. 그 후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로 복귀했다. 이어 2016년에는 다시 필리핀 주재 대사로 나갔고,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성 김 대표는 필리핀 대사로 재직중이던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협상 대표단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미북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이끄는 등 미북 대화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 임명됐고, 대북정책 검토 작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매튜 하 연구원은 지난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만을 전담하는 관리를 지명하는 등 미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호평했다.
한국의 대표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낸 한미정상회담 분석 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 김 차관보 대행을 대북 문제를 담당할 대북특별대표에 임명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하면서 "성 김은 과거에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많은 역할을 한 바 있고, 북한 방문 경험도 많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 깊은 인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