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힘든 운동이다. 젊은 사람들이 잘 한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나 지구력, 집중력이 떨어져 젊은 선수들을 당할 재간이 없는 운동이 골프다. 국내외 골프 대회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우승한 예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그런데 최근 이변이 일어났다. 우리 나이라고 52이 된 한 선수가 이런 통념을 깼다. 바로 필 미켈슨이다.
PGA에 따르면, 미켈슨은 지난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했다. PGA투어 45번째 우승이었다.
우선 그 개인의 성적으로는 통산 6번째 메이저 우승이자 2013년 디오픈 이후 8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둘째는 미국 프로골프 대회에서 '고령'으로 통하는 50세가 넘어 우승했다. 그는 다음달이면 51세가 된다. 그는 만 50세 11개월의 나이로 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53년 만에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만 48세였다.
셋째, 어렵고 가혹한 코스로 악명 높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코스(파72)에서 우승을 했다는 점이다.미켈슨은 이날 16번홀에서 366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장타자 거한 브라이슨 디섐보(363야드)를 제치고 비거리 1위를 차지했다. '쇼트 게임의 마법사'로 통한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선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이 괴력을 과시한 것이다.
비법은 무엇일까? 그의 인터뷰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켈슨은 "나이가 들면 훈련을 더 열심히, 가능한 한 오래 해야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늦은 나이에도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비법인 '훈련'이다.
미켈슨은 평소 하루 36홀, 45홀을 돌며 운동했다고 한다. 젊은 사람도 소화하기 힘든 운동량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력은 필수다. 미켈슨은 다이어트로 살을 빼고 명상으로 평정심을 길렀다고 한다. 골프가 '멘털 게임'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패하는 운동이 골프다.
그는 2019년부터 커피 다이어트를 병행했다고 한다. 골프닷컴에 따르면, 미켈슨은 엿새 동안 물과 커피만 마시며 15파운드(약 6.8㎏)를 감량했다. 그리고 그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요가와 명상을 했다고 한다.
미켈슨은 해가 지나면 나이가 늘지만 골프는 저물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보였다.
그의 성공비결은 기업 경영자들도 배울 만하다. 기업 경영자의 정신이 젊음을 유지하고 노력하는 한사양산업, 사양업종은 없다는 교훈을 미켈슨은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 시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피나는 연구개발(R&D)과 이를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늘 강조하지만 칼의 본질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예리하게 갈아 시퍼렇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칼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게 칼의 본질이다. 칼이 칼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항상 녹이 슬지 않도록 숫돌에 열심히 갈아야 한다. 녹슨 칼은 칼이 아니며 쓸모없는 녹덩이에 불과하다.
미켈슨은 칼을 칼로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최고령자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홀로 가야하는 미래라는 길을 홀로 묵묵히 두려움없이 걸어간 미켈슨의 용맹정진에 찬사와 존경심을 보낸다.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 고군분투하는 기업 경영자가 갖출 덕목이리라. 우리 모두 마지막 홀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미켈슨이 되기를 바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