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사이클은 없다. 그러나 구리값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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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사이클은 없다. 그러나 구리값은 오른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5.26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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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수퍼사이클은 없다. 그러나 구리값은 상승흐름을 이어간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10년 만에 원자재 시장이 새로운 수퍼사이클(장기 가격 상승세)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상품시장은 수퍼사이클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각) 온라인으로 한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금속 세미나에서 전문가들과 청중들이 한 전망이다. 이들은 산업 기초소재인 구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녹색경제 수요 덕분에 앞으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중국 푸젠성 샤먼에 있는 곰과 싸우는 황소상. 황소는 주식 등의 상승을, 곰은 하락을 상징한다. 최근 구리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차이나뉴스
중국 푸젠성 샤먼에 있는 곰과 싸우는 황소상. 황소는 주식 등의 상승을, 곰은 하락을 상징한다. 최근 구리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차이나뉴스

구리와 철광석을 비롯해 일부 금속 가격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격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제회복을 위해 수조 달러를 풀면서 시장이 돈이 넘치고 있고, 여기에 팬데믹 여파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일부 대형 투자은행들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상품 가격이 치솟는 수퍼사이클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기차·재생가능 에너지 부문의 높은 수요 속에 공급 부족이 수퍼사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조사회사인 석든파이낸셜(Sucden Financial)의 조사부문 조디 윌크스(Geordie Wilkes)대표는 "지금은  수퍼사이클 가능성을 크게 믿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중앙은행들이 채권 매입을 축소(테이퍼링)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은 중앙은행들도 테이퍼링에 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윌크스는  "신흥국에서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면서 신흥국에서는 최근의 상품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도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 LME 아시아 메털스 세미나에서 세미나 청중의 6.49%만이 수퍼사이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년 뒤 상품시장 흐름의 주된 동력을 설명하는 적절한 단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수만이 수퍼 사이클을 지목했다. 

반면 33.77%는 유동성과 인플레이션을, 22.08%는 중국의 수요와 선진국 경제 회복을 주된 동력으로 꼽았다.

맥쿼리 그룹 중국의 상품·글로벌 시장 부문 책임자 토머스 혼은 "코로나19와 이후의 회복세는 연장되더라도 일시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높은 수요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는 뜻이다. 

혼은 2023년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긴축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와 유동성 모두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전기차 골프와 볼트에 들어간 구리와 알루미늄, 철 성분 비교. 사진=UBS
전기차 골프와 볼트에 들어간 구리와 알루미늄, 철 성분 비교. 사진=UBS

그럼에도 구리와 니켈, 리튬 등 일부 금속은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 정책 덕에 계속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금속들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양극재에 들어가는 금속이다. 

중국 베이징 공자 사원의 복을 비는 구리 문고리. 사진=마이닝닷컴
중국 베이징 공자 사원의 복을 비는 구리 문고리. 사진=마이닝닷컴


온라인 세미나에서 앞으로 6~12개월 가장 크게 가격이 상승할 상품으로는 구리가 꼽혔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인 52.69%가 구리를 꼽았다. 이어 리튬(16.13%), 알루미늄(13.98%), 은(8.6%), 니켈(5.38%), 코발트(3.23%)가 이었다.

LME에서 구리 가격은 지난해 5월26일 t당 5341.5달러에서 1년여 만인 지난 18일에는 t당 1만724.5달러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구리값은 이후  하락해 25일에는 9943달러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86% 이상 오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윌크스는 내연기관 차량은 구리 23kg을 필요로 하지만 신에너지차량(전기차)는 80kg을 필요로 한다면서 충전과 와이어링, 그리드 투자도 구리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CCB 인터내셔널의 부 최고경영자(CEO) 루슈지안은 "구리가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면서 "인프라 수요와 더불어 전기차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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