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의 명소 재인폭포와 비운의 사랑
상태바
연천의 명소 재인폭포와 비운의 사랑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5.30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5월. 토요일인 29일 경기도 연천군 재인폭포 공원을 찾았다. 조금 흐린 날인데다 따가운 햇살이 없어 둘레길을 걷는데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다리품을 팔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명소였다. 

경기도 연천군 재인폭포.사진=이정숙 기자
경기도 연천군 재인폭포.사진=이정숙 기자

재인폭포는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산 21번지 한탄강 서쪽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숨어 있다고 해서 가는 길이 멀고 험한 것은 아니다. 서울을 출발해 자유로를 신나게 달리다 경기도 문산의 당동 인터체인지에서 국도로 들어서 가면 닿을 수 있는 길이었다.

재인폭포는 경기도 연천군의 대표 관광 명소로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형 중의 한 곳이라고 했다. 지장봉에서 흘러내닌 계곡물이 폭포에서 뛰어내린다. 재인폭포 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연천 지오파크의 일부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열었다고 했다. 재인폭포 공원은 한탄강을 따라 경관을 감상할 수 잇는 전망대와 탐방로, 재인폭포, 출렁다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도 연천군 재인폭포.사진=이정숙 기자
경기도 연천군 재인폭포.사진=이정숙 기자

연천군을 굽이굽이 도는 한탄강은 약 27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지형으로 곳곳마다 주상절리가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 냈다. 그 중에서도 재인폭포는 한탄강이 빚어낸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힌다. 북쪽 지장봉에서 풍족하게 내려주는 물이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하얀 포말을 날리면서 떨어지고 에머럴드빛 '소'를 만들어놓았는데 그 아름다움 색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오전 8시 경기도 일산을 출발해 두 시간여 달려 도착했다. 주차장은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주차장이 많이 갖춰져 있었다. 폭이 넓고 나무로 바닥을 깐 둘렛길을 바람을 맞으면서 걸었다. 가족단위의 관광객들과 함께 걸으면서 저멀리 유유히 흐르는 한탄강을 보다보니 여기가 '선경'이 아니고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백이 읊은 이상향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이라고 하면 과장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재인폭포 아래서 본 출렁다리. 사진=이정숙 기자
재인폭포 아래서 본 출렁다리. 사진=이정숙 기자

둘렛길 초입에는 나무가 별로 없지만 재인폭포에 다가가면 갈수록 아름드리 상수리 나무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느라 경쟁하듯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 모를 산새소리에 귀도 호강을 했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에는 흰꼬리수리,두루미 등이 희귀 새들이 산다고 했다. 물론 보지는 못했다. 둘렛길 옆 곳곳에 있는 작은 웅덩이라는 개구리들이 헤엄을 치고 곳곳에는 붉은 색 양귀비가 아리따운 자태를 자랑했다. 

재인폭포로 가는 출렁다리. 사진=이정숙 기자
재인폭포로 가는 출렁다리. 사진=이정숙 기자

재인폭포까지 가는 길엔 전망대가 여섯 개가 있었다. 잠시 쉬면서 주변 경관을 한없이 눈에 넣었다. 재인 폭포 앞에는 출렁다리가 있었다. 출렁다리에 오르기 전에 그늘진 쉼터에서 다리를 쉬려고 앉으니 멀리 재인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또 폭포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투명 강화유리로 된 스카이워크도 눈에 들어왔다. 높이 27m 지점에 세운 스카이워크 전망대에는 강화유리로 된 바닥이 잇어 아찔한 스릴감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출렁다리는 길이 80m, 너비 2.3m에 두 사람이 걸어가기에도 넉넉하고 출렁거림을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다리였다. 출렁다리 아래로 물줄기를 뿜고 있었고 그 아래에 에머럴드빛 물웅덩이 주변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재인폭포 바로 왼쪽에 있는 폭포. 사진=이정숙 기자
재인폭포 바로 왼쪽에 있는 폭포. 사진=이정숙 기자

출렁다리를 건너가니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옛날 줄타기를 하는 광대 '재인'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고 한다. 새로 부임한 마을 원님은 그의 아내가 탐나 꾀를 내었다. 원님은 "폭포 절벽에 줄을 매어 줄타기를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재인은 절벽 위에서 줄을 탔는데  원님은 줄을 끊어 그가 목숨을 잃게 했다. 그 원님은 재인의 아내를 소실로 들였으나 그녀는 원님의 코를 베어 물고 도망쳐 남편이 떨어진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이 고장의 지명이 당초 코문리로 정해졌다다고 세월이 지나면서 고문리로 지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재인 폭포는 이런 슬픈 전설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없이 물만 뿌리고 있었다. 폭포는 높이 약 18m에 너비가 30m라고 했다. 비온 뒤라서 그런지 수량이 많았다. 굉음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물속에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산다고 했다. 

재인폭포 공원 둘레길에 흐르지게 핀 양귀비.사진=이정숙 기자
재인폭포 공원 둘레길에 흐르지게 핀 양귀비.사진=이정숙 기자

출렁다리 오른쪽 나무계단을 이러저리 돌아 내려가니 계고 저 안쪽에 재인폭포가 큰 자채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기 바빴다. 저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폭포수와 그 아래 에메랄드빛으로 펼쳐진 소(沼)를 보는 관광객들은 감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유유히 흐르는 한탄강. 사진=이정숙 기자
유유히 흐르는 한탄강. 사진=이정숙 기자

물 소리, 바람소리, 전설에 젖은 오후였다. 세파의 잔흔들이 한탄강의 물과 바람에 모두 날아간 하루였다. 폭포수는 재인과 부인 행복을 앗아간 원님을 원망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비운의 '재인'의 울부짖음이 부디 그 부인에게도 닿아 내세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렸기를 기도했다. 하루가 지났건만 굉음을 내는 폭포수의 여음은 여전히 귀에 남아 있다.

재인폭포 안내판. 사진=이정숙 기자
재인폭포 안내판. 사진=이정숙 기자

연천(경기도)=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