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 신선식품과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농산물과 국제유가 오른 탓이 크다. 정부와 한은은 '일시 현상'이라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가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초기단계인 경제회복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2.6%를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간상승률은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4월(2.3%)에 이어 2개월 연속 한국은행의 연간 물가 안정 목표치(2%)를 웃돌았다.
5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상승했다.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60품목 중 일반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141품목을 따로 뽑아 산출한다.신선식품과 석유제품이 상승을 주도했다.신선식품지수는 무려 13% 상승했다.
작황 부진으로 연초부터 공급이 준 파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0.5%,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달걀값은 45.4% 올랐다. 농축수산물지수는 12.1%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 23.3%를 기록했다. 경유가 25.7% 올랐고 LPG 24.5%, 휘발유 2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업제품 전반은 3.1% 올랐다.
원재료 값 상승과 소비 회복은 서비스 물가(1.5%)도 자극했는데 특히 외식(2.1%), 구내식당 식비(4.4%) 등도 올랐다.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와 백신 접종 효과로 4월 소매 판매액은 전월보다 2.3% 증가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을 단기 현상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기저 효과 및 일시적 공급 충격 등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물가 과속은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게 만들 수 있다. 금리 인상은 1765조 원 규모로 팽창해 있는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을 늘려 경기 회복에 장애물이 된다.
한은은 이날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면서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당초 올해 물가상승률을 1.8%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2%를 넘는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