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과 육참골단, 그 노림수
상태바
송영길과 육참골단, 그 노림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6.09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익위 통보 '투기 의혹' 12명…민주당 자진탈당 권유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살(肉)을 베어주고(斬), 적의 뼈(骨)를 자른다(斷)는 뜻이다.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을 담은 말이라고 한다. 살을 베어내는 게 얼마나 아픈가?. 그렇지만 상대의 뼈를 잘라 더 이상 사람 구실을 못해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하게 한다면 그 쯤은 충분히 감내하겠다는 무시무시한 '살기'를 감춘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눈을 감은채 깊이 생각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눈을 감은채 깊이 생각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권익위로부터 부동산 관련 의혹을 통보받은 의원 12명 모두에 대해 탈당 권유 조치를 결정한 것을 보고 '육참골단'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송영길 대표는 12명의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챙기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결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의원을 내쫓아 국민 공분을 달래는 것처럼 보이니 표를 얻을 수 있는 결정이다. 탈당권유를 한 이유가 결코 쉽게 넘기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이다.

우선 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향 등 4명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받았다.  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의원 등 5명은 농지법 위아번 의혹을 받았다. 

우상호·윤미향·오영훈·김수흥 의원은 기존에 언론 검증이나 당 감찰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에 추가됐다.  

권익위가 송부한 사례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업무상 비밀을 부동산 투자에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김한정·서영석·임종성 의원 3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민주당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이미 12명의 국회의원에 대해 사건이 특수본에 이첩됐다면서 이른 시일 안에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 옥석이 가려지기를 바라며 해당 의원들도 성실하게 수사에 협력하고 적극적으로 소명자료를 제출하여 의혹을 해소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사를 받고 의혹을 풀자는 것"이라면서 "국민적 불신이 너무나 크고 (국민들이) 내로남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예민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른 강력한 조치를 당 차원에서 누차 공언해온 상황에서 솜 방망이 처분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가는 오 국민의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권이익위의 조사 결과일 뿐인데다 수사기관의 수가결과가 나올 때가지 무죄추정을 받는 원칙, 본인들의 해명 등을 다 듣지도 않고 이들을  내몬 점 등은 이번 조치가 '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부동산 탓에 골머리를 앓고 울분이 쌓인 국민들로부터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송 대표는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동산 투기가 발견되면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전까지 복당을 불허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결단을 내렸다는 긍정의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의혹을 풀고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어렵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우선 , 민주당은 12명이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특히 비례대표인 양이원영과 윤미향 의원은 탈당이 아니라 출당 결정을 내렸다. 비례대표의원은 스스로 당을 나가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윤미향 의원은 두말이 필요없을 만큼 많은 의혹이 제기된 의원인데도 그를 감싸는 듯한 이런 조치를 국민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또 제명 당한 의원은 재입당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자진 탈당한 의원은 심사를 거쳐 복당하는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로 여당이 먼저 부동산 투기 의혹 부담을 벗은 뒤 야당과 야당 대선주자들을 부동산 문제로 강하게 추궁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야당권 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육참골단'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 직격탄을 맞은 민주당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전수조사 요구 공세 를 펴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저희는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결단했고 이제는 야당 차례"라면서 "당 대표 주자 5명이 소속 의원 부동산투기 전수조사 결단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한 게 여당의 복심을 정확히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권력에서 독립된 감사원의 조사를 받겠다"며 반대한다. 이에 민주당은 '직무감찰 범위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한 감사원법(24조)을 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도 일리가 있고 여당의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결정이 꼼수로 읽힐 대목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권익위 자료를 꼼꼼히 읽고 해당 의원들의 설을 듣고 불법행위가 있다면 사법당국의 수사에 맡기는 게 순서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먼저 탈당을 권유했고 곧바로 야당 압박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깨끗하니 너희 먼지 털어보자는 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부동산 투기를 한 의원이 12명뿐이라는 말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마치 큰 결단이나 한 것처럼 '쇼'를 했다고 하면 과한 말일까? 그 쇼는 물론 야당을 압박하고 흔들어 무력화하기 위한 것임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일각에서는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는 말도 나온다.

부디 송 대표의 결정이 진심이며 이런 생각이 착각이길 간절히 바라며 육참골단이 근거없는 허언으로 판명나기를 고대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