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톤 XL' 송유관 사업 중단과 납세자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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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톤 XL' 송유관 사업 중단과 납세자 세금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1.06.11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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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에너지 9일 사업중단 발표...조바이든 미국 행정부 환경 단체 반대에 굴복
앨버타주 주정부 투자 자금 15억 달러 회수 의문

오랫동안 환경단체와 산업계에서 찬반 주장이 부딪혀 온 캐나다-미국간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이 완전 중단됐다. 사업자인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TC에너지 측이 공사 계획을 접겠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월 사업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TC에너지의 사업중단 발표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동안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가 납세자의 돈을 퍼부은 15억 달러는 어떻게 되느냐다.

사업중단으로 방치된 캐나다 앨버타주의 키스톤XL 송유관 공사 현장. 사진=CBC캐나다
사업중단으로 방치된 캐나다 앨버타주의 키스톤XL 송유관 공사 현장. 사진=CBC캐나다

키스톤(Keystone) XL 송유관 공사를 주관하는 TC에너지는 지나 9일(현지시각) 사업 완전 철수를 발표했다. TC에너지는 "안전한 사업 종료를 위해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십여 년 동안 이 사업을 둘러싸고 진행돼온 찬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캐나다 산업계와 앨버타 주정부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사업 중단 발표가 끝이 아닌 것이다. 앨버타주 주정부가 캐나다 쪽 키스톤  송유간 공사를 개시하기 위해 지난해 15억 달러를 투자하고 대출보증을 서줬기 때문이다.

앨버타주정부는 같은날 주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3억 달러라면서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한 회수가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CBC방송이 전한 소식이다. 앨버타주 주정부 대변인은 C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투자금 회수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사를 위한 송유관과 펌프 등을 매각해서 자금을 회수해 비용을 벌충한다고 해도 이미 일부 매설된 송유관을 파내고 이를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공사를 위해 설치한 캠프, 엔지니어링, 인건비로 지급한 돈은 회수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온당할 것 같다.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은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대규모 송유관 건설 공사로 많은 캐나다인들의 기대를 모았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몬태나주와 네브래스카주를 거쳐 미국 텍사스주 걸프 연안까지 이어지는 북미대륙 종단 송유관이 있다. 캐나다 유전에서 텍사스 정유 시설로 기름을 보내는 송유관이다. 여기에 중간 지점인 네브래스카주 스틸시티와 캐나다를 직접 연결하는 지름길을 추가로 만드는 게 바로 키스톤 XL이다.

계획된 총 길이가 1200여 마일, 약 1900km에 이른다. 완공되면 하루 83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런 원대한 구상이 물거품이 됐으니 캐나다 석유산업계는 물론 석유산업 종사자들의 실망이 큰 것은 두 말이 필요가 없다.

키스톤송유관XL(녹색). 사진=위키피디아
키스톤송유관XL(녹색). 사진=위키피디아

키스톤XL 사업 중단은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송유관이 지날 예정인 지역 당국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개발 효과를 들어 적극 지지한 반면, 환경단체들은 안전과 토지 수용 문제, 기후변화 현안에 미칠 악영향 등을 들어 강하게 반대했다. 아무리 자원개발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환경보호, 캐나다 토착 원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선례를 키스톤 송유관 사업 중단은 남겼다.

이와 함께 캐나다인들에게 대미 외교의 중요성도 일깨웠다. 미국의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의견이 달랐고 사업은 춤췄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5년 핵심 공사 면허를 불허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주도한 근거 입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기후 변화에 맞서는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이런 방침을 뒤집고 공사 재개를 승인했다. 에너지 관련 산업 진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강조했다.  

올해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제동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 직후,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중단시키거나 되돌리는 행정명령과 행정지시에 서명했는데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사업 중단 항목도 들어갔다.

키스톤XL송유관 건설 반대론자들이 캐나다 오타와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키스톤XL송유관 건설 반대론자들이 캐나다 오타와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 연방정부는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캐나다 사람들은 연방정부가 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공사가 재개될 수 있기를 고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업 중단을 결정한 직후 쥐스땡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즉각 유감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오죽했으면 트뤼도 총리는 미국 정부와 적극 교섭을 하지 않았다고 앨버타주 당국은 불만을 터뜨렸을까?

경제대국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고 또 소송이 뒤따를 것이라는 말이 많다. 그렇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환경을 중시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후 미국을 상대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소송을 제기해서 이긴 선례가 없다는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소송에 기대를 걸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앨버타주 주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하고 투자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여 최대한 납세자 세금을 거둬들이기를 바란다. 

동시에 캐나다의 에너지 전략을 새롭게 다시 짤 것도 바란다. 캐나다에 무진장 매장돼 있는 오일샌즈를 짜서 중질유를 만들고 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게 수소를 생산해 수출하고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고 전기차를 양산해 보급해야 할 것인가 등 좀 더 장기 플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세상은 화석연료를 외면하고 탄소제로 시대로 발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el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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