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국제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전망이 나왔다. 대표적인 상품 강세론자인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세계 최대 상품거래업체 글렌코어 등 각 트레이더들이 100 달러 유가 시대를 전망하는 가운데 BofA까지 가세한 것이다. BofA의 전망대로라면 현재 73달러대인 브렌트유가 앞으로 30% 오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CNBC은 21일(현지시각) BofA가 유시장의 수급 요인 3가지가 내년에 유가 100달러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블란치 등 BofA 애널리스트들은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1년 여 억눌린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석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여행 '보상수요'이다.
BofA는 아울러 감염력 높고 치명성이 더 높은 델타변이에 대한 위험성 경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후 감염을 우려해 대중교통보다 개인 자가용을 선호하고 있는 게 석유 수요를 이전보다 더 끌어올리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두가지에 더해 팬데믹 기간 자리잡은 원거리 출퇴근이 연료 수요를 더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재택근무가 퍼지고 감염 위험이 더 높다는 판단에 따라 도시 직장인들이 도심을 떠나 교외로 이주하는 것이 일반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대유행이 통제되면서 일부 업체는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다시 출퇴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교외로 빠져나간 직원들의 출퇴근 이동 거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에따라 연료 수요 역시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 같은 수요 요인 외에 공급 요인도 유가 100 달러 시대 도래를 예고하는 변수로 지목했다. BofA는 파리 기후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각국 정부의 화석연료 공급능력 감축 노력이 수요 증가세 속에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네덜란드 법원이 지난달 영국·네덜란드 합작 석유메이저인 로열 더치 셸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45% 줄이라고 명령했다.
BofA는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간단히 말해 수요가 반등을 앞둔 가운데 공급이 완전가동에 들어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내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시장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OPEC+가 내년에 석유시장 통제력을 높인다는 것은 그만큼 유가가 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전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하루 960만 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BofA의 블란치는 석유수요가 올 2분기 하루 117만 배럴 증가한 뒤 3분기에는 하루 56만 배럴 더 늘어 올 연말에는 전세계 석유수요 규모가 하루 1억1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BofA는 석유수요 급증세 속에 석유 재고는 계속 줄어 가까운 미래에 석유시장이 공급 부족 상황으로 돌아설 것이라면서 앞으로 6개 분기에 걸쳐 석유 부족 규모가 평균 하루 90만 배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BofA의 내년 평균 유가 예상치는 WTI와 브렌트유 기준 각각 71달러, 75달러로 올해의 65달러, 68달러를 크게 웃돈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크게 올랐다.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거래일에 비해 2.8%(2.02 달러) 급등한 73.66 달러로 마감했다. 2018년 이후 최고치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1.93%(1.42 달러) 오른 배럴당 74.93 달러에 거래됐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