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북한 넘긴 한국 업체 제재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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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북한 넘긴 한국 업체 제재받을까?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7.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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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 "한국 업체 추가 조사 필요" 주장

한국 업체 소유인 유조선이 중국 기업을 거쳐 북한으로 수출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 한국 업체들은 물론 한국정부도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신평 5호로 통하는 한국 부산 소재 선박회사의 우정호 모습. 사진=마린트래픽
북한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신평 5호로 통하는 한국 부산 소재 선박회사의 우정호 모습. 사진=마린트래픽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신규 혹은 중고 선박을 직간접으로 제공·판매·이전할 땐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유조선 등 대형 화물선의 대북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는 지난달 1일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9~2020년 중국에서 유조선 3척을 인수했으며 이 가운데 '신평5호'와 '광천2호' 2척이 과거 한국 기업의 소유였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선박이 중국 기업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이 선박 최종 소유주가 북한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간접 판매에 해당해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지난달부터 해양수산부 등 유관부처와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 한국 업체들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관련성은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는 한국 유력 매체 보도가 있었다며 13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와 국제해사기구(IMO)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신평5호'라는 유조선이 북한 선박으로 등록됐다. 이 선박 과거 부산에 있는 한국 선사 소유였는데 지난 2019년 7월 27일 한국에서 중국 북동 연안 왕자만으로 이동했다. 신평5호는 평양 명류무역 소유로 돼 있다.

신평 5호가 부산의 Y사 소유일 때는 '우정'호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건조된 이 선박은 길이 86m, 너비 14m, 총톤수 1579t인 소형 유조선으로 전해졌다.

2019년 11월에 북한 소유로 넘어간 광천2호도 한국 선사 소유였다. 북한 남포항에 10차례 유류를 실어나른 정황이 있다. 1986년  건조됐으며 길이 75m, 너비 11m, 총톤수는 795t이다.

이들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 당국은 업체 관계자들이 중국 중개인들과 거래할 당시, 해당 선박이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거래가 매우 빈번히 일어나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들과 함께 한국 선사와 중개 거래상들에 대한 계도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미국 전문가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13일 이 업체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대북제재를 위반할 수 있는 상황에 빠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정교한 국제적인 연결망을 구축한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열을 흐트러지 않도록 조심해왔지만, 이번 사건 이후에 유엔 대북 제재위 등으로부터 더 면밀한 조사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이날 RFA에 "한국 정부는 두 업체의 활동이 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 업체들은 자기들이 북한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 사실에 대해서 눈을 감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왜 지금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재시행 정책을 검토하는 상황이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 미국은 제재 정책을 검토하고, 다자적 접근에 초점을 맞춰 동맹국과 협력국들과 협력해 제재를 더 효과있게 시행할 것이며 한국은 (대북)제제 이행에 대해서 의문스러운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도 RFA에 "한국 업체들이 선박이 중개인을 통해 북한으로 인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북 금수 품목을 판매할때 기업들이 직접 실사를 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강조했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제재를 위반하는 사업체와 협력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해당 당국과 기업들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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