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 라면 주가 상승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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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 라면 주가 상승 이끌까?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7.20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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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상승 기대감에 농심 주가 사흘 동안 8% 상승

라면 시장 점유율 2위 오뚜기가 판매 가격을 올린 이후 라면 기업 주식들이 올랐다가 주춤하고 있다. 라면 회사들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투자자들이 보고 주식 매수에 나서 주가가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이 주가 상승을 얼마나 오랫 동안 이끌까?

농심 신라면. 사진=농심
농심 신라면. 사진=농심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뚜기가 8월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린다고 15일 밝힌 이후 주가는 횡보하고 있다. 오뚜기 주가는 15일에는 전날에 비해 5.68%(3만 원) 오른 55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등락을 거듭하다 이날은 전날에 비해 0.18%(1000원) 오른 55만7000원을 기록했다.

농심주가도 15일에는  7.98%(2만4500원) 오른 33만1500원을 기록했지만 이날은 0.15%(500원) 내린 33만 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양식품 주가도 15일에는 6.26%(5600원) 오른 9만5000원을 기록했지만 이날은 전날에 비해 21.06%(1000원) 빠진 9만3100원으로 주저앉았다.

라면값 인상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가는 모양새다.

오뚜기 대표 라면 '진라면'.사진=오뚜기
오뚜기 대표 라면 '진라면'.사진=오뚜기

오뚜기가 라면값을 올린 것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경쟁사인 농심이 2011·2016년 두 차례 가격을 올렸을 때도 오뚜기는 저가 전략을 고수했다. 그런데 올들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오뚜기도 두손을 들었다.

라면의 원재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밀가루와 팜오일인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소맥 가격은 현재 부셸당 6.925달러인데 지난 한 주 동안 12.6% 올랐다. 그러나 그간의 등락을 감안하면 올들어 이날까지 8.1% 올랐다. 지난해 같은달에 비하면 무려 29.4% 올랐다.

주요 곡물가격 동향. 사진=하나금융투자
주요 곡물가격 동향. 사진=하나금융투자

팜오일은 현재 t당 4137 말레이시아 링기트로 지난 한 주 동안 6.3%, 한 달간 21.5% 상승했다. 올들어 이날까지는 14.9%가 올랐고 1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64.2%가 상승했다.

오뚜기 진라면의 면 원재료는 미국산과 호주산 밀, 변성전분,말레이시아산 팜유, 덴마크산 등 감자전분 등이다. 신라면과 삼양라면도 비슷하다. 면의 원재료는 진라면이 15가지로 가장 많고 신라면과 삼양라면이 11가지다.

이 정도 수준의 원자재값 상승은 라면 업체 실적을 갉아먹을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2분기(4~6월) 영업이익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는 198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각각 15%, 25% 준 것으로 증권사는 추정하고 있다. 

결국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오뚜기가 먼저 가격 인상을 올렸다.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 사진=삼양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라면가격 인상→소비자격 인상→실적 개선 추정→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원가상승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라면 가격 인상으로 오뚜기 영업이익이 9%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인상으로 연간 주당 순이익이 15%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NH투자증권은 라면 가격 5% 인상 시 영업이익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계산한 결과, 농심은 기존 추정치 대비 19%, 삼양식품은 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 심은주 연구원은 19일 내놓은 주간리뷰 투자전략에서 "농심이 하반기 5% 인상을 할 경우 주당순이익은 22% 개선되고 매출 총마진은 300억 원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검토 단계"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지난 상반기 가격을 인상한 풀무원(23%)·CJ(16%) 등은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가격을 올리지 않은 농심은 5% 오르는 데 그쳤고, 오뚜기와 삼양식품 주가는 각각 6%, 10% 하락했다.라면 업체들은 정부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올리지 못했고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9일에 이어 20일 이익 실현 매물 등이 나오며 라면 주가 하락하긴 했지만 상승세는 하반기에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가격 인상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관점에서 실적 개선의 중요한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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