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사외이사 임기 제한, 유례없는 과잉 규제…기업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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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사외이사 임기 제한, 유례없는 과잉 규제…기업 혼란 우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1.17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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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총서 560여개 기업 사외이사 교체해야...친여 낙하산 자리 의심

경영계는 사외이사 임기를 6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17일 차관회의를 통과,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게 된 것과 관련,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상법 시행령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되면 바로 시행된다. 바뀐 상법 시행령이 시행되면 한 상장사에서 6년 넘게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계열사를 포함해 9년 넘게 사외이사로 재직한 자는 더는 같은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다. 상장사들은 올해 3월 이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6년 이상 재직한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하는 대란을 맞이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 시행령 적용으로 올해 사외이사를 반드시 교체해야 하는 상장사(금융업종 제외)는 566곳(코스피 233곳, 코스닥 333곳)으로, 대상자는 718명(코스피 311명, 코스닥 407명)에 이른다. 

재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 1년 유예를 검토하던 정부가 제도 도입을 강행하면서 566개 상장사는 앞으로 한 달 안에 새로운 사외이사를 구해야 한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총선 후 낙선한 친여 인사들을 위해 미리 자리를 만드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경영자총협회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업경영 내부장치인 사외이사와 주주총회에 대해서까지도 직접적으로 정치·사회적인 관여와 통제의 소지를 확대하는, 반시장적 정책의 상징적 조치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면서 "경영계의 거듭된 우려가 묵살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총은 "상장회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 규제로,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또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 시행될 경우 당장 올해 주총에서 560개 이상의 기업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면서 "세계적으로 매우 엄격한 수준인 우리나라 결의요건 하에서 적임자를 선임하지 못해 많은 기업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경영권의 핵심적 사항인 이사 선·해임과 정관 변경 추진을 경영개입 범주에서 아예 제외해 법적 위임범위를 일탈하고 있다"며 "보고 의무의 경우에도 일반투자자는 10일 약식보고로 완화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기금에 대해서는 월별 약식보고로까지 대폭 완화했다"고 했다.

또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상장회사 지분을 대량보유할 여력이 사실상 국민연금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이 공시도 안 한 상태에서 지분변동을 외부공개 없이 마음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자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통해 국민연금이 기업의 이사 선·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보다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백지 위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대내외 경제가 어렵고 기업의 투자 여건도 저하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업 기 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국가적으로 시급하지도 않은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보류하고,더  중장기로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 현실을 감안, 또 경영계 의견을 수렴해 나가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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