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산불과 목재값, 그리고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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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서부 산불과 목재값, 그리고 경제
  • 에스델 리 기 자
  • 승인 2021.07.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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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무력하다. 캐나다 서부를 휩쓸고 있는 고온건조한 날씨와 산불은  대자연의 위력을 실감나게 한다. 산불은 캐나다인들에게 값진 대가를 치르게 한다. 농부들은 밀이 말라비틀어지자 한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사료용으로 팔고 있고 목축업자들은 사료값이 급등하자 가축 두수를 줄이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캐나다인들이 집수리를 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목재값은 서부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철로가 손상을 입으면서 공급 병목 현상이 생기자 다시 오르고 있다. . 

캐나다 제재소에 쌓여있는 목재 재고. 사진=CBC
캐나다 제재소에 쌓여있는 목재 재고. 사진=CBC

캐나다 매체 CBC 보도에 따르면, 목재값은 지난 22일 10% 이상 뛰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고 한다.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었다. 이날 오후 1000보드 피트 목재 가격은 647달러로 전날 종가에 비해 60달러 이상 올랐다. 

이는 지난 5월 1000보드 피트당 1600달러까지 간 것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수준으로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다. 1600달러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비하면 다섯 배나 급등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1일 기준 캐나다 정부 발표 주간 목재 가격 동향. 사진=캐나다 천연자원부(NRCA)
21일 기준 캐나다 정부 발표 주간 목재 가격 동향. 사진=캐나다 천연자원부(NRCA)

불과 얼마전 목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건축업자들은 표준 주택 건축에 최대 3만 달러가 더 들어간다고 입을 모았다. 값이 뛰자 목재회사들은 공급을 늘렸다. 값이 급등하자 소비자들이 집수리 계획을 보류했고 캐나다 도처의 재재소에 재고가 쌓였다고 한다. 5월에는  공급부족이 가격을 치솟게 했고 가격 상승은 6월 소비자 수요부족과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가격조정이 심하게 이뤄졌다. BC주의 목재회사들은 생산비도 안 되는 값에 목재를 팔아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공급 부족 요인 즉 산불이 등장한 것이다.  캐나다 목재 산지인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BC) 등에서 난 산불로 목재회사들이 영업을 축소하면서 생긴 일이다. 밴쿠버시에 있는 목재회사 캔포(Canfor)는 산불로 캔포가 이용하는 철로망이 손상을 입은 탓에 2분기 생산량이 약 1억1500만 보도피트가 적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팬데믹 전과 지난 5월의 캐나다 2인치 4인치 규격목 가격 비교.사진=CBC
팬데믹 전과 지난 5월의 캐나다 2인치 4인치 규격목 가격 비교.사진=CBC

캐나다 최대 철도회사인 국영철도회사(CN)는 밴쿠버로 진입하는 철로의 철교 최소 한 곳을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캐나다 2위의 철도회사인 캐나디언 퍼시픽((CP) 역시 비슷한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고 CBC는 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철도 분석가인 애덤 로스즈코우스키(Adam Roszkowski)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 캐나다 철도들은 BC주 산불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물량이 완전히 회복하는 데 몇주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CBC는 이에 대해 "시장으로 뭣이든 옮기는 데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캔포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이유라고 풀이했다.

캔포가 예상한 생산량 감소분은 캐나다 목재업계가 분기마다 생산하는 목재량의 1% 남짓이다. 그렇지만 다른 회사들도 조만간 감산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목재 공급량은 물론 인력 활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몬트리올의 마크 와일드(Mark Wilde) 분석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2~3주 동안 교대조와 근무시간 감축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고용이 줄고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득이 줄어 소비가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경제에는 악재다.  

그렇다면 다시 목재값이 뛸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봉쇄 기간 만큼 캐나다인들의 집수리 수요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뛸 것 같지는 않다. 지난주 1000보드 피트당 647달러까지 뛰었지만 5월 수준과 비교해보면 크게 낮고 예년 수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산불이 철길을 막아 목재 운송에 차질을 빚어 가격이 오를 수는 있어도 이전 처럼 폭등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캐나다 남부와 동부 연안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폭풍은 목재값을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폭풍에 집이 훼손될 경우 집수리를 위한 합판 수요가 늘게 마련이다. 공급이 제한돼 있는 시장에서 수요가 늘면 값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급격하게 목재값이 올라서는 캐나다 경제에 득이 될 게 없다고 본다. 과유불급의 원리는 목재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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