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띄운 게 누군데 국민 탓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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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띄운 게 누군데 국민 탓하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7.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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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여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린 발언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6번의 부동산 정책을 새로 만들었는데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을 가진 사람은 팔 수도 없고 집이 없는 사람은 끝모르게 오른 전세값에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이 모든 게 공급을 줄이고 각종 규제를 남발한 정부 책임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명색이 경제부총리라는 사람이 국민 탓으로 돌렸으니 매를 맞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식 남탓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국민들은 깊은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홍남기 부총리 특유의 정신 승리 앞에 국민들은 무릎을 꿇고 절망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했다.요지는 이렇다. 첫째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 모두,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 집값 상승은 국민들의 과도한 집값 상승 기대 심리와 일부 주택 소유주들의 실거래가 띄우기 등 불법‧편법 거래가 시장 과열의 원인이다. 셋째,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질의 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고 또 앞으로도 더 매진할 것이다.넷째. 집값이 시장 예측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는 '올해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가격, 전세가격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저를 비롯하여 관계장관 모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 아닌 사과를 했지만 그가 읽어내린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과 함께 아무런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는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잘못 진단했다. 진단이 틀렸으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리 없었다. 홍 부총리가 인정하기 싫겠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시만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왜 올랐고 얼마나 폭등했는지 자세하게 짚어놓았다. 경실련이 지난 3월2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라. 경실련은 보도자료에서 "잇따른 규제책의 하락효과는 미비했고, 규제책 이후 발표된 공급확대, 분양가상한제 후퇴 등의 투기조장책은 더 큰 집값상승을 초래했다"고 못박았다. 

경실련이 보도자료를 낸 3월 현재까지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총 25차례였다. 2017년 6회, 2018년 5회, 2019년 7회, 2020년 6회, 2021년 1회 등이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분양 관련 대책이 10회로 가장 많았고, 금융규제 8회, 임대대책 7회, 공급확대 대책 6회, 세제 대책 5회 등이었다. 그렇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공급자인 재벌 건설업자 특혜, 재벌과 건설업자 등 공급자 일감만 늘리는 공급확대, 국민을 규제하는 금융규제, 재벌 감세 국민 증세 등 불평등한 세제 대책 등이었다고 경실련은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대책발표와 서울 아파트 평당 시세 변동.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재인 정부 대책발표와 서울 아파트 평당 시세 변동.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그 결과가 집값 상승이었다. 경실련 보도자료 어디에도 국민 때문이라는 말은 없다.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2138만원이었다는데 2021년 1월 3803만 원으로 78% 올랐다 30평형 아파트값이 6억 4000만 원에서 4년 동안 5억 원이 올라 11억 4000만 원으로 폭등했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물론 지난 4개월 사이 서울 아파트 값은 더 뛰었다. 

국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그동안 정책 실패를 먼저 반성하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집 마련 꿈을 포기하고 전세값 급등에 허리가 휘거나 서울 변두리로, 수도권 먼 곳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순서이고 도리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홍 부총리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슴지 않았다. 공급대책을 세웠다고 강변했고 집값이 오른 것은 국민책임으로 떠넘기는 후안무치한 면모를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 공급 부족임을 지적할 때 귀를 닫고 모른 체 한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제 와서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니 어이가 없고 주택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듯이 한 '경고'의 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장 예측보다 더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한다니 말이 되나. 부동산 시장 안정시키라고  경제부총리 자리를 준 게 아닌가? 경제 정책의 수장이라는 사람의 이런 유체이탈 화법으로 모든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리려는 데  환멸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을 경제수장으로 둔 게 부끄럽고 통탄스럽다.

딴 소리 할 것없이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옥죄이는 규제를 철폐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시장원리에 제발 맡겨두라.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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