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재용과 삼성 묶은 재갈 풀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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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이재용과 삼성 묶은 재갈 풀어주라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8.13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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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렇지만 이 부회장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정치권은 이 부회장을 경제를 살리라고 풀어줬다. 그렇다면 조건을 걸어 그를 억압하지 말고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그를 묶은 재갈을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왔다. 이 부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앞날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이 가시밭길을 헤치고나갈 그의 '수' '전략'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선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부회장인 그의 앞에는 반도체 패권 경쟁이라는 난제가 버티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동안 경쟁사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여기에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수성보다는 공격 경영이 돌파구로 보인다.

정치권의 강한 압박도 받고 있다. 그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가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한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한국 경제 위기 타파, 글로벌 반도체 경쟁 대응 등을 위해 이 부회장이 나서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핼쑥해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재팬타임스
핼쑥해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재팬타임스

이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숫자 증가에 목을 멘 문재인 정부가 좋아할 소재다. 실탄은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다. 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41조 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 20조 원대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대단히 커 보인다.

그렇지만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열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 재판에도 출석해야 한다.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재판도 나가야 하는 등 결코 편한 날을 보내기는 어렵다.

삼성물산 재판결과에 따라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배의 핵심 연결고리다. 현행법상 금융기관 대주주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금고 1년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결권 제한 등 각종 시정조치를 받는다. 

무엇보다 그를 옭아매는 것은 조건부 가석방 신세라는 점이다. 사면을 받은 게 아니어서 내년 7월 형기가 끝날 때까지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기업 경영이나 국가를 위한 공적 업무를 위한 해외 출장도 법무부에 보고한 후 승인을 받아야 출국이 가능하다.

게다가 그는 경영 전면에도 나설 수 없는 신세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5억원 이상 횡령 배임 범죄에 해당하면 형 집행 종료 정지 후 5년간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는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은 5년간 삼성전자의 등기 임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한다고 해도 세간에 회자되는 공격 경영 행보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원하는 코로나19 백신 특사 활동은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하는 만큼 가석방 신분에선 더더욱 어렵다.

이 부회장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특별사면과 복권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면과 복권은 남은 형기의 집행을 면제할 뿐 아니라 형 확정에 따른 자격 상실을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은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장관은 이 부회장의 코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 수도 있다. 말을 안듣다가는 재수감될 수도 있는 이 부회장이 감히 정치권의 주문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민간기업 삼성전자, 삼성그룹의 경쟁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면 이 부회장이 실제로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순리다. 시민단체나 반대론자들의 반대가 무섭다면 뭣하러 이 부회장을 가석방했느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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