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북한 영변 원자로 가동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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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북한 영변 원자로 가동 정황"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8.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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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북한, 핵 카드로 협상력 높이려는 전략" vs 미국 전문가 "국제제재 계속해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2018년 12월 이후 가동 중단도니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이 재가동에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 핵 협상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대미 압박 차원에서 영변 카드를 쓰려는 게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만큼 국제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한 김정은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원자로를 포함한 영변 핵 시설을 폐쇄하는 대가로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해제를 제안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변 핵 시설에 더해 '플러스 알파'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북한의 영변핵시설을 찍은 위성 사진. 사진=VOA
북한의 영변핵시설을 찍은 위성 사진. 사진=VOA

IAEA는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발간한 북 핵 관련 '9월 연례 총회 보고서'에서 평안북도 영변 핵 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해 "지난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이 30일 전했다.

VOA에 따르면, IAEA는 2018년 12월부터 올해 7월 전까지는 5MW 원자로가 가동됐다는 정황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5MW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로, 원자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IAEA는 이와 함께 지난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약 5개월 동안 5MW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포착했다. IAEA는 방사화학연구소의 5개월 가동 기간은 북한이 5MW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 걸리는 것으로 과거에 밝힌 적이 있는 기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IAEA는 앞서 지난 6월에도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서 폐연료봉으로부터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IAEA의 분석대로라면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은 김정은이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대미 대응의 원칙으로 '강대강 선대선'을 천명한 다음달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 된다.

IAEA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활동은 계속 심각한 우려를 부르는 원인"이라면서 "더 나아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다는 새로운 정황들은 심각한 골칫거리"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뒤 안내판에는 북한의 자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이라고적혀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뒤 안내판에는 북한의 자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이라고적혀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한국 정부는 30일 IAEA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미국과 함께 북한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핵 시설 가동 징후 등 정보 사항에 대해선 확인해 줄 사안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내 북 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 활동 재개 움직임은 북 핵 협상이 장기 교착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미국을 압박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VOA에 "미국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족할 수 있지만 경제난으로 내부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북한은 협상 타결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영변 핵 시설의 가치를 새삼 부각시켜 바이든 행정부를 협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게리 세이모어(Gary Samore)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 조정관은 이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메일에서 "원자로 재가동은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협상 재개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교섭 영향력을 증가시킬 것"이라면서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1~2년 안에 영변 원자로는 1-2개의 추가 핵무기를 만들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을 생산할 것"이라면서 "원자로가 다시 폐쇄되더라도 북한은 영변을 비롯한 북한의 미신고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핵무기의 원료인) 무기급 우라늄을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조건 없는 핵협상 재개를 제안하면서 국제제재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보수 씽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도 RFA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외교적 방법을 써왔으나 모두 실패했다"면서 "“외교적 접근과 동시에 압박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서 재래식 전력, 또 필요한 경우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수 있는 공격 능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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