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캐나다 목재값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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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캐나다 목재값의 경우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1.09.2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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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내 주택용 목재가격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

옛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오르면 내려간다는 그 말이다. 요즘 캐나다 목재값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불과 서너달 전만 해도 캐나다에선 목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목재 신축 주택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목재가 안팔려서 목재상들이 떨이판매를 한다고 한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격세지감이다. 배우는 교훈은 매사에 서둘러서 좋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캐나다 주택용 목재. 사진=센추리밀럼버(Century Mill Lumber) 인스타그램
캐나다 주택용 목재. 사진=센추리밀럼버(Century Mill Lumber) 인스타그램

캐나다 CBC를 비롯해 캐나다 언론들은 지난 봄 천정부지로 치솟은 목재가격이 땅에 떨어졌다고 심심찮게 보도하고 있다. CBC보도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오샤와의 한 한 목재상의 목재 소매 가격은 그야말로 급락했다. 길이 8피트 가로세로 4인치 2인치 프레이밍 목재 가격은 지난 6월 개당 12.65캐나다달러였는데 현재는 3.95캐나다달러에 불과하다. 거의 3분의 1수준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캐나다인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이 늘면서 주택수리와 개조 등으로 목재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 5월에는 1000보드피트 목재 가격이 1600달러 이상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가격에 비해 무려 세 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가격이 치솟자 목재 수요자들은 목재 확보를 하기 위해 입도선매 식으로 선 주문했고 이것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캐나다 제재소들이 최근 목재 가격 하락에 생산을 줄이고 있다. 사진=CBC
캐나다 제재소들이 최근 목재 가격 하락에 생산을 줄이고 있다. 사진=CBC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에다 경제재개로 수요가 줄자 목재 가격은 급등한 것 만큼 빠른 속도로 급락하고 있다. 목재를 사재기한 업체들은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기에 급급하다.

서부 캐나다 지역 소매 목재 판매상, 건축공급과 철물 가게를 대변하는 서부소매목재협회(Western Retail Lumber Association)의 리즈 코바크(Liz Kovach) 대표는 "팬데믹 가격 거품은 여름이 오면서 터졌다"면서 "따뜻한 날씨와 캐나다 전역의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캐나다인들의 여행이 늘고 주택 관련 지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목재 소매가격 하락에 제재소들은 가동을 단축하고 있다. 밴쿠버의 최대 목재회사 캔포 코프는 이미 지난 8월 말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내 제재소의 가동률을 시장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80%로 유지하겠다고 하고 역시 밴쿠버에 본사를 둔 코니펙스 팀버도 B.C.주 맥켄지의 제재소 생산을 2주간 감축한다고 밝힌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런 모습들은 지난 5월 캐나다 목재 소비시장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당시 일부 캐나다 언론은 목재가격이 '지붕을 뚫고 가격이 오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CBC는 지난 5월4일 판매상의 말을 인용해 목재 가격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3~4배 올랐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캐나다인들이 집수리에 나서면서 주택용 목재 소비가 늘어 텅빈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시의 주택 개량 전문 상점의 목재 판매대. 사진=CBC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캐나다인들이 집수리에 나서면서 주택용 목재 소비가 늘어 텅빈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시의 주택 개량 전문 상점의 목재 판매대. 사진=CBC

당시 캐나다 뉴펀드랜드 라브라도주의 아발론 반도에 있는 타운 위틀리스 베이(Witless Bay)의 목재 판매상 주인은 뉴펀들랜드산 세로 2인치 가로 4인치 규격목은 지난해에는 개당 3.39캐나다달러였는데 지금은 13캐나다달러 수준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OSB(oriented strand board, 배향성합판)는 산지불문하고 지난해 13캐나다달러에서 62캐나다달러로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는 어딜 가든 나무가 많은 삼림대국이다. 단기간에 급등한 건축용 목재 가격은 공급이 늘면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쯤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현재의 낮은 가격이 이를 입증한다. 목재 가격 하락은 목재 신축주택 비용 감소로 이어지고 주택 소유자들이 여름철에 시작한 집수리 비용을 줄여주는 만큼 너무 부정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주택용 목재 가격의 급등락은 요와 공급의 법칙, 시장의 원리는 코로나19라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님을 다시 한 번 깨우쳐준 만큼 곱씹어볼 가치가 크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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