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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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 시작일 뿐이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9.2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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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10월부터 전기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전력당국은 10~12월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0.0원으로 책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이에 따라 한전이 10월부터 적용하는 4분기 전기 요금은 kWh당 3원 오른다. 전기 요금 인상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4인 가구(평균 사용량 350kWh)는 월 1050원의 전기 요금을 더 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은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 때문으로 탈원전 쟁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발전에 들어가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국제 유가와 가스값이 하락하면서 지난 1분기엔 전기 요금을 kWh당 3원 내렸지만 2 분기 이후 국제 유가와 가스값이 급등해 전기 요금 인상에 나섰다는 게 한전과 산업부 설명이다. 

퀘벡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풍력 발전기. 사진=CBC
퀘벡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풍력 발전기. 사진=CBC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의 설명은 일견 일리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줄어 급락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가 급등해 발전 원가가 올라갔으니 결국 전기요금을 올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2분기 배럴당 31달러까지 내려간 두바이유는 올해 2분기 배럴당 67달러로 올라갔고 이달 22일에는 71달러에 도달했다. 또 뉴캐슬산 석탄도 지난해 2분기 t당 55달러에서 올해 2분기에는 두배 수준인 t당 108달러로 치솟았고 3분기 들어 22일에는 무려 167달러로 급등했다. 

가스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이런 점들을 보면 연료비 인상이 이유라는 정부 주장에 고개를 끄득일 수밖에 없다. 

산업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전이용률이 2018년 65.9%에서 2019년 70.6%, 2020년 75.3%, 올해 6월 76.4%로 높아졌다는 통계를 내놓았다.원전이용률이 높았고 탈원전 정책과는 상관없다는 논리다. 

월성원자력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과연 그럴까?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억제하는 대신 훨씬 비싼 태양광과 풍력과 LNG 발전 비중을 늘린 게 이 정부 정책이었다. 원가 부담이 커졌고 견디다 못해 이제서야 온 국민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더라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시점에 원전 이용률이 이보다 더 올라갔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한전의 '7월 전력통계 월보'에 따르면, 원전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반면, 석탄 발전량은 14%, LNG 발전량은 51% 증가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올해에만 3조가 넘는 돈을 신재생 전력 구입비로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신재생전력구입비가 오는 2025년 6조 이상으로 늘 것이라는 점이다. 비싼 원가의 전력을 사는 데 이 정도 엄청난 돈을 투입하니 한전이 수익을 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올해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의 적자규모가 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 정부의 계획을 수정없이 그대로 실행에 옮길 경우 엄청난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8%인 원자력 전기 비율을 2050년까지 6~7%로 떨어뜨린다는 탄소중립안을 추진하고 있다.원전 비중을 낮추고 풍력과 태양광 보급을 많이 늘린 덴마크와 독일의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은 한국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한 전기요금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그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거나 적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풍력과 패양광은 자연의 제약을 많이 받게 마련이다. 대규모 전기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없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게다가 LNG발전은 단가가 비쌀다. LNG 수입가는 지난해 8월 t당 317.3달러에서 지난달 534.5달러로 70% 가까이 치솟았다.게다가 생산에서부터 운송과 발전소 투입까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따지고 보면 친황경 발전이 아니다. 전 세계 각국이 에너지 전환 시대, 온실가스 감축 시대에도 원전 비중을 줄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유독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에 인접한 중국이 원자력 발전소 100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도 외면하면서 오로지 탈원전만 외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은 독일은 원전 발전을 하며 부족한 전기는 이웃한 원전대국 프랑스나 화력발전 대국 폴란드에서 사오면 된다. 한국은 에너지의 섬이어서 전력수입이 쉽지 않다. 행여 현 정부가 중국에서 전력을 수입하려 할지도 모르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도입으로 자국의 이해가 침해됐다며 한국에 보복조치를 한 점을 감안하면 얼토당토 않다.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 등 중후장대한 산업, 전력수요가 많은 산업으로 살아야 하는 나라가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중후장대한 산업이 없는 농촌 사회라면 가능할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인상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계속 오를 소지가 농후하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도시가스 등 다른 공공요금과 전반적 물가가 들썩일 개연성도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발 위기를 겪고 있는 가계의 주름은 깊어지고, 국내기업의 대외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값싼 전기요금을 원전이 뒷받침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전 없이 탄소중립과 안정된 전력공급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점도 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라면 다 안다. 결국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더라도 수많은 전력수요를 원자력 발전이 담당하는 게 가장 합당한 대안이라는 것을 전력당국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모른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것은 유권자인 국민 판단이다. 전기요금이 아무리 비싸지더라도, 한국의 대외 경쟁력이 땅에 떨어져 경제가 거들한다고 하더라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추구를 찬성한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리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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