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석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 '그린플레이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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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석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 '그린플레이션' 부른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9.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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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발 인플레이션 가능성 커져

전기차 등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도 급상승하는 '그린플레이션(그린+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와 풍력 발전기 등에 들어가는 금속인 알루미늄과 구리, 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푸젠성 샤먼에 있는 곰과 싸우는 황소상. 황소는 주식 등의 상승을, 곰은 하락을 상징한다. 최근 구리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차이나뉴스
중국 푸젠성 샤먼에 있는 곰과 싸우는 황소상. 황소는 주식 등의 상승을, 곰은 하락을 상징한다. 최근 구리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차이나뉴스

27일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세계 금속시장인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4(현지시각) 구리 현금결제분은 t당 9275달러를 기록했다. 아연은 전날에 비해 2.17% 오른 t당 3110달러로 3000달러 벽을 뚫었고 니켈은 0.29% 하락한 1만9180달러로 조금 내렸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알루미늄 가격은 48%, 구리는 21%, 니켈은 16% 올랐다.

이 금속들은 친환경 산업 발전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데 반해 각국 환경 규제로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역대 최고가인 구리 가격이 세계 에너지 전환을 위협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기 전도성이 가장 뛰어난 금속 중의 하나인 구리는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특히 해상 풍력발전단지는 케이블을 많이 사용함에 따라 1메가와트당 9.6t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육상 풍력단지와 태양광발전소는 각각 1메가와트의 발전용량 당 4.3t과 5t의 구리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마이닝닷컴은 "구리시장은 이런 재생에너지 기술이 앞으로 30년 동안 급성장하면서 점점 더 큰 압력을 받을 것이며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미 구리가격은 많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마진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주요한 풍력단지 개발 업체로 자리매김한 노르웨이 석유회사 에퀴노르는 자사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수익률을 2020년 6~10%에서 올해는 이를 4~8%로 하향 조정했다. 

또 전기차·태양광 패널 등의 주 소재인 알루미늄은 최대 생산국인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를 이유로 생산량에 고삐를 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대량의 전기가 필요한데 중국은 석탄 발전을 많이 하는 탓에 알루미늄을 생산하면 할수록 발전에 따른 탄소배출량이 늘어나는 게 문제였다. 중국 정부는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윈난성 등 중국 지방 정부는 지난 7월말부터 기업들에 대한 전력 공급 제한 조치에 나섰다. 그 결과 알루미늄과 아연 등 금속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 상승도 가파른 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현지시각)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0.9%(0.68달러) 오른 배럴당 73.9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7월이래 최고치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세계 거래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도 1.1%(0.84달러) 오른 배럴당 78.09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 2018년10월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간단위로는 WTI는 2.7% 올라 5주연속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3주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러시아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 LNG 프로젝트의 LNG처리시설과 저장시설 전경. 사진=프랑스 토탈
러시아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 LNG 프로젝트의 LNG처리시설과 저장시설 전경. 사진=프랑스 토탈

천연가스는 폭등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풍력 발전 부진으로 전력공급이 차질을 빚자 천연가스 발전이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허브 10월  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MWh) 당  74유로로 전 거래일에 비해 2.6유로 올랐다. 영국에서 11월 인도분은 them(10만BTU,2.83세제곱미터) 당 5.25펜스 상승했다. 또 영국 현물 계약은 11펜스 오른 171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유럽 저장 시설의 재고는 역대 최저수준이며 러시와 노르웨이산 가스 공급은 제한돼 있다면서 유럽의 노후 핵발전소가 단계별 퇴역되고 있는 반면, 잔잔한 날씨로 풍력발전량은 감소하면서 걱정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년 동안 유럽의 가스 가격이 약 500% 급등해 역대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는 게 놀랄 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 에너지 안보 선임 자문관인 에이머스 호흐슈타인(Amos Hochstein)은 블룸버그에 "겨울이 실제로 춥다고 하더라도 유럽 일부 지역에서 난방용 가스가 없을 것이라는 게 걱정"고 지적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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