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1200원 목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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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1200원 목전 이유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10.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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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상승보다 일시 속등후 안정 전망도 나와

원· 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1200달러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환율은 이미 달러당 1194원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우리경제의 기초여건이 건실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명목 달러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환율이 오를 이유가 있어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환율의 추세 상승보다는 일시 속등 후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는 점이 있는 만큼 신주안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달러 지폐.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최근 고공행진을 하면서 달러당 12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은 달러 지폐. 사진=차이나데일리
미국 달러 지폐.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최근 고공행진을 하면서 달러당 12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은 달러 지폐. 사진=차이나데일리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환율은 달러당 1200.40원까지 치솟았다가 1198.80원으로 마감했다. 한국 경제가 안정돼 있는데도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수준인 1200원에 근접한 이유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핵심 펀더멘털 지표로 꼽히는 경상숭지는 지난달 8월 75억 달러 흑자를 냈다. 1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했다. 수출이 잘 되고 있는 덕분이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7% 증가한 558억 3000만 달러로 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63.5% 증가한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도 넉넉한 수준이다. 9월 말 외환보유액은 4369억 7000만 달러로 7월 말부터 석 달 연속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사정이 이렇지만 환율은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세가지가 꼽힌다. 우선 미국 달러화 강세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환율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에라도 테이퍼링(단계별 자산매입 축소)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만큼 경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6개국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12일(현지시각) 94.563으로 지난해 9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Fed가 테이퍼링에 나서면 시중에 나오는 달러가 줄어든다. 달러 공급이 줄어들면 미국 국채를 비롯한 미국의 시장금리는 오르게 마련이다. 이미 이런 기대를 반영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1일 연 1.628%까지 뛰었다.  시장금리가 뛰면 달러가치도 상승한다.

명목 달러지수와 원달러 환율 추이. 사진=신한금융투자
명목 달러지수와 원달러 환율 추이. 사진=신한금융투자

둘째, 달러 보유 확산이다. 수출기업들은 수출로 번 막대한 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것도 환율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낭노다. 기업의 달러예금은 지난 8월 631억9000만달러로 전달보다 9억4000만달러 늘었다. 나라 밖 사정이 심상치 않으니 안전자사인 달러를 비축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커진 결과로 봐야 한다.

기업을 포함한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인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 8월 말 전달에 비해 4억 7000만 달러 증가한 926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중 달러화예금은 7억 달러나 늘어났다. 

세 번째 외국인들의 신흥국 주식 회피 영향이다.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커진 데다 최악의 전력난을 겪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평가가 환율을 밀어올리는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어서 중국 실물 경제가 출렁이면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원화가치에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어 주가가 빠지고 환율이 뛰고 있는 것이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39.92포인트 하락한 2916.38로 장을 마쳤다.

이런 점들을 두루 살펴보면 조만간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이라는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신한금융투자는 원달러환율은 명목달러지수와 연동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달러지수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도 오를 것으로 보는 셈이다.

김찬희 하건형 이코노미스트는 13일 "인플레 경계가 강 달러 압력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해 단기로 1200원 위로 오버슈팅 가능성을 열어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다만 최근의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마찰 혹은 계절 요인이 맞물려 있다. 연초 이후에는 수급난이 완화되며 인플레 경계가 시차를 두고 약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추세 상승보다 일시 속등 이후 재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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