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업체, 북한 노동자 생산 북한 의류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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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업체, 북한 노동자 생산 북한 의류 판매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1.11.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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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유명 의류업체들이 북한 노동자를 은밀히 고용한 중국 업체가 제조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어 북한 정권에 간접으로 자금 지원을 하는 게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전문가들이 '현대판 노예제'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조치를 취했지만 캐나다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혐의가 있는 중국 공장 밖에 근로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CBC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혐의가 있는 중국 공장 밖에 근로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CBC

북한 노동자들은 2017년 탄도미사일 발사 후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2020년부터 해외에서 합법으로 일을 할 수 없다.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의 대부분은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고 무기개발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의견이다.  

캐나다 CBC는 과거 선적 기록을 조사한 결과 캐나다 전역에 800여개의 매장을 둔 캐나다 최대 여성의류 유통업체, 라이트만스(Reitmans)와 유명 의류업체 와이엠(YM)이 중국 단둥에 있는 화양섬유·의류공사(Dandong Huayang Trading Co.,Ltd.)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았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BC는 CBC시장조사팀이 한 달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면서 라이트만스는 100여 번, YM은 최소 21번 수입했다고 CBC는 전했다. 

라이트만스는 강제노동에 반대하는 정책을 갖고 있으며 단둥 공장 주문량은 상점 판매량 중 소량이라고 밝혔다고 CBC는 덧붙였다.

캐나다 최대 여성의류 유통업체 라이트만스 매장 전경. 사진=CBC
캐나다 최대 여성의류 유통업체 라이트만스 매장 전경. 사진=CBC

중국 화양의류공사는 단둥 지역의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임금이 저렴한 북한 노동자들을 불법 고용한 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고 CBC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현대판 노예'라고 비판하면서 올초 화양의류공사 제품의 미국 선적을 금지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의 에드워드 폭스(Edward Fox) 항만 부국장은 CBC에 "북한 ​​주민들이 공장에 억류돼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면서 "미국 수입업체들은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 사실을 부인했지만 제출한 서류 불충분으로 결국 미국으로 선적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화양의류공사는 2014년 북한 노동자 고용에 대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한 단둥 지역 업체 중 하나라고 CBC는 강조했다.

화양은 물론 이런 보도를 부인했다. 화양의류공사는 CBC에  보낸 이메일에서 "불법 북한 노동자가 없다"면서 "북한 노동자 고용 시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CBC 취재진이 올 여름 단둥 화양의류공장 인근에서 잠복하며 대화를 나눈 공장 직원들은 당시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BC는 덧붙였다. 

CBC의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인의 해외 노동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된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후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 노동자를 2019년 말까지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다.

안보리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로 받는 임금이 북한 정권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쓰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까지 본국으로 돌려보냈어야 하지만 실제 이행은 미흡하다. 중국에는 아직도 많은 북한 사람들이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방문비자로 입국해 일하고 있다고 한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지난해 1월 말부터 북중국경이 봉쇄되면서 해외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이 더욱 지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캐나다 의류업체들이 화양의류가 생산한 의류를 수입한다는 것은 북한 정권에게 간접으로 자금지원을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렘코 브로커(Remco Breuker) 교수는 CBC에 "북한 근로자가 해외에서 받는 임금의 70~100%를 북한 정부가 가져가며 그 돈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핵프로그램 자금으로 조달된다"고 밝혔다.

브로커 교수는 "전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북한 사람들을 고용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순종하고 값이 싼 것"이라면서 "그들은 공장에서 원하는 완벽한 근로자"라고 말했다.이들은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 일하며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24시간 일하기도 한다고 브로커 교수는 덧붙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임금절취, 과도한 초과근무, 퇴사불능을 강제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폭스 부국장은 "전 세계의 강제 노동에 관한한 우리는 모두 도덕적 의무를 갖는다"면서 "이들은 문자 그대로 현대판 노예이며,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과거 노예제의 제악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멈출 의무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줄리 데센느 상원의원. 데센느 상원의원은 현대판 노예제를 금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사진=CBC
줄리 데센느 상원의원. 데센느 상원의원은 현대판 노예제를 금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사진=CBC

CBC는 캐나다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의류업체들이 공급사슬 내 모든 근로자 임금을 책임지로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캐나다 브랜드들은 그런 엄격한 조사를 받지 못한다고 CBC는 꼬집었다. 

캐나다정부는 캐나다 소매업체들이 공급사슬을 항상 모니터해서 그 결과를 보고도하록 하는 내용의 '현대 노예법(Modern Day Slavery Act)'을 세 번이나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CBC는 지적했다.

줄리 미빌 데센느(Julie Miville-Dechêne) 상원 의원은 기업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데센느 상원의원은 "법이 없다면 캐나다 브랜드들은 불평등한 경쟁에 직면할 것"면서" 공급사슬 내 강제 노동을 받아들일 기업은 '상당한 주의'를 하는 기업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줄리 미빌 데센느 상원의원과 같은 지도층의 말은 울림이 크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뒤져 있다"면서 "우리가 뒤쳐져야할 변명거리가 별로 없기에 캐나다인인 나를 슬프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하는 기업도 있고 최소한을 할 기업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나라로서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한다"며 강제노동 중단을 위한 입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토론토의 라이어슨 대학 아니카  코즐로우스키 교수는 "의류가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소비자들이 판단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면서 "캐나다 정부와 브랜드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속가능하며 윤리적인 패션을 가르치는 코즐로우스키 교수는 "그들은 자기네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관여된 사람들이 어떤 처우를 받는지 아주 잘 안다"면서 "그것에 대한 변명은 없다"고 일갈했다.

캐나다 업체가 북한 근로자들의 저임금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제 의류를 수입해 판매한다는 것은 국제법과 윤리의 측면에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북한 근로자들의 피땀으로 만든 의류를 계속 사주는 것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위협하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자금을 대는 것과 진배 없다는 점에서 의류 업계의 반성이 필요하며 캐나다 연방정부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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