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올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환율안정과 국제원자재 수급안정 지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제 원자재가 급등(올해 1~9월 기준)이 기업 채산성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연간 1.8%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는 1.6%포인트의 상승 압력을 받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7일 밝혔다.
한경연은 국제원자재 가격이 국제원유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월 저점을 찍은 이후 최대 5배까지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해 4월 배럴당 15.06달러에서 지난 10월 75.03달러로 약 5배 치솟았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는 3.6배, 브렌트유는 3.8배 올랐다.
금을 제외한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선물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한경연은 국제원자재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백신효과와 그간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로 글로벌 경기가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경연은 달러 기준 원재료 수입물가지수 분기자료에 기초해 코로나19 상황의 국제원자재가격 증감률 추이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기간과 비교 분석한 결과 정점의 국제원자재 가격상승률이 올해 3분기 60.8%로 과거 외환위기(2000년 1분기 57.8%)와 금융위기(2010년1분기 39.8%)기보다 높았다고 평가했다.
한경연은 국제원자재 가격의 증감률 고저점간 격차도 이번 코로나19 시기에서 가장 커 기업의 대응이 많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상황의 증감률 저점은 지난해 2분기 -34.5%, 현재까지의 고점은 올해 분기 60.8%로 고·저점 차이가 95.3% 포인트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원화 기준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3%에 이른다.
금융위기 기간(2008.4분기~2010년 2분기)의 경우 2009년 2분기 -43.0%이 저점, 2010년 1분기 39.8%가 고점으로 고·저점 차이가 82.8%포인트였다. 외환위기 기간(1997.4분기~2000년 1분기)에는 1998년 1분기 -24.3%가 저점, 2000년 1분기 57.8%가 고점으로 고·저점차이가 82.1%포인트로 조사됐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원화 기준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3%에 이른다.
한경연은 기업들이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분의 절반을 제품 판매 가격에 반영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체 흡수한다는 가정 아래 기업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금융 업종을 제외한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5년간(2015∼2019년) 평균 5.2%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이후 1.8%포인트 하락해 3.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규모별 영업이익률 하락 폭은 대기업이 2.0%포인트로 중소기업(1.5%포인트)보다 컸다. 한경연은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재료비 비율이 더 높은 만큼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절반을 제품 가격에 전가한다면 소비자 물가는 1.6%포인트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4월 이후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결국 3%대로 치솟았다. 올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상승률이 마지막으로 3%대를 보인 것은 2012년 2월(3.0%)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업 제품의 물가 기여도가 1.40%포인트로 가장 컸다. 공업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해 2012년 2월(4.7%)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 제품의 상승률은 27.3%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가 모두 뛰었다.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수입 쇠고기(17.7%) 등 축산물은 13.3% 올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가격 규제 등 인위적 물가 억제책 대신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에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할당 관세 등을 통해 국제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