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7위 곡물수입국 한국, 밀 자급률은 고작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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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7위 곡물수입국 한국, 밀 자급률은 고작 0.5%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11.1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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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곡물 수급안정 사업 정책 분석' 보고서
4대 곡물메이저 의존도 높고 수입안정성도 문제
수입선다변화하고 해외사업시 곡물비중 높여야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21%로 급락하고 특히 밀 자급률은 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곡물 메이저 의존도가 높으며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내 곡물생산 기반을 높이고 해외 사업시 곡물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1일 펴낸 '곡물 수급안정 사업 정책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곡물 자급률 실태 진단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보고서는 "쌀의 높은 자급률에 따른  착시현상 때문에 우리나라 곡물 수급안정에 대한 인식은 높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국내 수요량이 많고 자급률이 낮은 밀, 콩, 옥수수 등 밭 식량작물에 대한 수급안정 정책사업의 종합적인 성과와 문제점 개선방안이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식량(곡물)자급률 추이. 사진=국회예산정책처
우리나라 식량(곡물)자급률 추이. 사진=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목표를 계속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1970년 80.5%에서 2019년 21%로 급락했다. 사료를 제외한 식량 자급률도 1970년 86.2%에서  45.8%로 떨어졌다.

쌀의 자급률을 높지만 수요가 많은 밀과 콩, 옥수수의 자급률은 극히 낮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의 경우 쌀은 92.1%지만 밀은 0.7%, 옥수수 3.5%, 콩 26.7%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쌀 92.1%, 밀 0.5%, 옥수수 0.7%, 콩 6.6%에 그친다.  국내 생산기반이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봐도 전혀 틀리지 않은 대목이다.

이처럼 자급률이 낮으니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 2019년 기준 국내 곡물 수요량 2014만t 중 76.6%인 1611만t을 수입물량으로 충당했다. 주로 밀, 콩, 옥수수 등 3대 품목이 전체 수입량의 95%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가 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곡물 자급률이 하락한 것은 국내 생산 정체, 농지면적 감소, 수입증가, 국민 식생활 변화 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농지면적과 식량자급률 추이. 사진=국회예산정책처
우리나라 농지면적과 식량자급률 추이. 사진=국회예산정책처

  

수입의존도가 높은 콩과 밀 등 밭작물의 국내 생산량과 생산면적, 자급률 등이 정체하거나 감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밭 식량작물 생산량은 2010년 59만5000t에서 2019년 54만9000t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생산면적도 20만3000ha에서 19만4000ha로 감소했다. 이에 따른 밭 식량작물 자급률은 10% 선에서 멈춰 있다. 이에 따라 자급률은 10.8%에서 10.1% 내려갔다.

특히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과 콩의 생산량은 감소하고 자급률은 하락했다. 밀 생산량과 자급률은 2020년 각각 3만9000t, 0.9%에서 2019년 1만5000t, 0.5%에 그쳤다. 콩 생산량은 13만9000t에서 8만9000t으로 줄어 자급률도 10.1%에서 6.6%로 뚝 떨어졌다.

보고서는 "밭 식량작물의 생산량 과 자급률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가격차, 낮은 선호도와 수익성, 밭 생산기반 정비와 밭농업 기계화율 미흡, 밭 농업 유통 기반 미흡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식량자급률 목표 대비 실적. 사진=국회예산정책처
식량자급률 목표 대비 실적. 사진=국회예산정책처

품목별 수입 의존국가가 집중돼 있어 이들 국가가 작화의 감소와 코로나19 등으로 무역제한 조치를 할 경우 가격 상승에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밀과 콩, 옥수수 등 3대 품목은 최근 5년간 2~3개 국가에 80~90% 이상의 높은 수입의존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입의존도는 밀 78.4%, 콩 93.1%, 옥수수 82.5%다.

밀은 미국과 호주, 우크라이나 등 3개 국가에서 80%를 수입하고 있다. 콩은 대부분 미국과 브라질에서 수입한다. 옥수수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3개국에서 80%를 수입한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에 비해서도 우리나라는 수입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밀 수입의존도는 33%, 콩은 86%,옥수수는 75%로 조사됐다. 

또 카길과 번지, ADM, 루이드레퓌스 등 4대 곡물메이저 기업을 통한 수입 비중이 큰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곡물메이저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밀은 2018~2021년 기간 중 27.5%, 옥수수는 43.2%로 나타났다. 그나마 2004~2008년 기간 평균 48.2%, 56.4%에서 낮아진 게 이정도다. 

보고서는  "곡물메이저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우리 업체의 협상력이 떨어지고 그 손실은 다시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돌아오며, 특히 가격상승기나 불안정기에 이 들이 책정한 높은 가격으로 곡물을 구입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터미널 전경.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터미널 전경.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최근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 엘리베이터 확보, 하림 팬오션과 CJ 등의 해상운송과 현지 가공설비에 투자 등과 같이, 해외 곡물의 수확 후 가치사슬에 진입하는 민간 자본의 곡물 유통 분야 진출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이 곡물메이저에 대한 의존도는 일부 낮아진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계속 수입선 다변화를 도모하고 최근 성장하고 있는 국적공급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예정처는 조언했다.

정부 주도로 농식품산업 해외진출사업(해외농업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량 대비 확보량 비중은 2010~2019년 기간 동안 연도별 0.5~3.7% 수준에 그쳤다. 2010~2020년 전체 확보량에서 밀, 콩, 옥수수 등 곡물 비중이 36.8%였고, 카사바와 오일팜 등 비곡물류가 63.2%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변재연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밭 식량 작물은 국내외 가격차와 국내 생산기반도 미흡해 생산을 크게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주력 소비품목을 명확히 하고 생산 확대 정책을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변재연 분석관은 "곡물 수입선 다변화를 지속 확대하면서 국적 공급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농식품 해외진출사업의 곡물 품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주요 곡물 비축을 공공부분이 주도하면서 민간과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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