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더치 쉘이 본사 영국 이전 결정한 이유...배당세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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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더치 쉘이 본사 영국 이전 결정한 이유...배당세 때문?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11.1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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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회사 로열 더치 쉘(Royal Dutch Shell)이 세금납부의 기준이 되는 본사 소재지를 영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또 사명에서 네덜란드 기업임을 뜻하는 '로열더치'를 빼기로 했다.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배당세지만 네덜란드의 '탄소중립'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은 배당세를 물리지 않는 나라다.

로열더치쉘 간판. 사진=로열더치쉘
로열더치쉘 간판. 사진=로열더치쉘

쉘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영국에 등록된 회사지만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는 데서 초래된 현재의 이중 지분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본사 이전 결정을 발표했다. 쉘은 12월 10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를 올릴 계획이다. 실제 이행을 위해선 최소 75%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현재 쉘은 법인등록은 영국에 돼 있지만 본사와 세금납부 소재지는 네덜란드에 두고 있다. 또 이사회와 집행위원회를 네덜란드에서 소집하며,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네덜란드에 두고 있다. 의결권이 동등한 A주식과 B주식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법인 소재지는 영국에 그대로 두고 세금납부 소재지, 이사회와 집행위 소집지, CEO와 CFO를 전부 영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상장 거래소는 전과 같지만 상장주식은 한 종류로 통일된다.

벤 반 뷰어든 쉘 CEO
벤 반 뷰어든 쉘 CEO

앞서 쉘은 지난 수년간 네덜란드-영국 이중구조로 돼 있는 회사 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메이저 소비재업체로 '도브'와 '립톤티' 브랜드를 보유한 유니레버도 네덜란드와 영국간 이중구조로 돼 있는 회사의 법적 구조를 단순화하고 본사를 로테르담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겨 영국내 단일 법인으로 탈바꿈했다. 

영국-네덜란드 합작사 간 탈 네덜란드 바람은 2018년 마크 뤼테 총리가 배당세 15% 원천징수 유예를 철회한 이후 본격화했다. 뤼테 정부는 2017년 '기업 친화' 국가를 만들겠다는 명목하에 배당세 폐지를 공약했지만, 녹색당 등 좌파 정당의 반대로 역차별 시비가 일어나자 이를 철회했다.

쉘은 이전 영국 법인 주주들에 대한 배당에 네덜란드 정부가 과세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본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지만 주식을 2개 군으로 나눠 유지했다.  

 쉘의 이탈로 네덜란드 정부가 입을 세금 손실은 수십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크 뤼테 내각은 그간 쉘이 불만을 보인 배당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최후의 수단'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버렸다. 

쉘의 본사 이전 방침에는 네덜란드의 '탄소중립' 기조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네덜란드 법원이 쉘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이라고 명령했고,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지난달 쉘에 투자한 자산을 전부 매각했다.  미국 헤지펀드 써드포인트는 쉘을 분할해 친환경 사업 투자를 늘리라는 요구를 하며 압박하고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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