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터키 리라…2.3조 한국·터키 통화스와프 어떻게 되나?
상태바
폭락하는 터키 리라…2.3조 한국·터키 통화스와프 어떻게 되나?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12.06 0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터키 중앙은행이 맺은 2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터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20억 달러가 휴지조각이 되고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나온다.

한 터키 시민이 환율시세판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BBC
한 터키 시민이 환율시세판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BBC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13.69리라에 마감하며 전날보다 2.3% 상승했다.

리라화 가치는 11월에 25% 급락하는 등 올들어 47%가량 폭락했다. 리라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와 견줘서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불안에 이어 터키까지 불안이 확대 되고 있어 신흥국 전반적인 투자심리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환율급등)하면서 해외서 들여오는 수입제품 가격이 치솟고 수입물가가 두 자릿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입물가는 머지 않아 터키 국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터키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8월 19.3%에서 9월 19.6% 10월 19.9% 11월 20.7%까지 시간이 갈수록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두 자리 숫자의 상승률로 터키 경제는 골병이 들고 있는 형국이다. 

터키  남부의 농업 중심지 안탈리아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터키의 주식 야채인 토마토 가격은 지난 8월에 1년 전에 비해 무려 75%나 상승했다. 터키 곳곳의 가게들은 거의 하루가 멀다시피하고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터키 연도별 인플레이션 추이.사진=BBC
터키 연도별 인플레이션 추이.사진=BBC

물가가 치솟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중앙은행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한다. 물가를 억제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묶어 놓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인상이 애용된다. 그런데 터키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중앙은행을 압박해 되레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연 19%인 기준금리는 11월 현재 연 15%로 떨어졌다.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중앙은행에 추가 금리인하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1월19일 낸 보고서에서 "터키 중앙은행이 9월 이후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다른 신흥국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고물가 지속에도 에로도안 대통령이 정치 목적을 위해 경제성장을 앞세워 금리인하를 압박한 것이 직접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터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신뢰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정책실패가 경제회복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외환위기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잠재한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희진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내놓은 '터키 탠트럼발 신흥국 전체의 불안 확산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보곻서에서 "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서구 자본의 잠식에 대항하는 경제 독립 전쟁을 강조하면서 터키 리라화가 폭락하는 등 금융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 같은 예상은 적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라화 가치는 폭락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터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외환보유고를 푸는 것뿐이다. 문제는 이 같은 터키의 행보는 국제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데 11월 기준으로 터키의 외환보유액이 1239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터키가 주요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액을 제외한 순외환보유액은 마이너스 468억달러라고 보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른 달러를 제외하면 터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는 한푼도 없다는 뜻이다.

터키 외환시장 불안과 부실한 외환보유액의 불똥은 한국으로 튀고 있다. 한국은행이 터키 중앙은행과 지난 8월12일 체결한 양자 통화스와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계약금액은 2조3000억원(175억리라 규모)로 계약기간은 3년이다. 한은은 당시 "이번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교역 확대와 금융협력 강화를 통해 양국의 경제발전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체결했다"면서 "무역대금을 자국통화로 결제할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융불안이 끊이지 않고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터키와 맺은 통화스와프는 한국에는 별로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의견이다. 게다가 터키 리라화 하락으로 통화스와프 계약 당시에 2조원어치인 175억 리라의 가치는 현재는 1조5000억원으로 폭락했다. 최악의 경우 폭락을 이어가 휴지조각이 되버린 리라화만 움켜쥔 채 2조원을 날리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한다. 한은은 뭐라고 할까?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