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현대로템이 K2 '흑표' 전차 800대, 90억 달러(10조 5100억 원) 규모의 수출을 폴란드 정부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T-90 전차와 영국의 챌린저2,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 등이 경쟁자로 거론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K2가 유력하다는 게 보도의 주 내용이다. 이에 따라 폴란드 수출계약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현대로템과 협력해 2023년께 차세대 탱크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한국 육군에 K2 전차 100대를 납품한 데 이어 추가로 106대를 생산 중이며, 2008년에는 전차 기술을 터키에 수출하는 등 상당한 실적을 쌓았다.
폴란드 매체 티솔닷피엘(Tysol.pl)은 25일(현지시각) 현대로템이 폴란드의 요구사항에 맞춘 K2 전차와 기술이전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 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이하 TNI)도 이날 한국의 영자신문 보도를 인용해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앞서 폴란드 군사 매체 '디펜스 24'도 지난 13일 비슷한 취지로 보도했다.
Tysol 보도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제안한 계약은 90억 달러 규모로 폴란드는 탱크 계약을 결론내려고 한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현대로템의 통합 방어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현대로템이 제안한 K2 '흑표' 전차는 차세대 전차로 정평 나 있다. 주포로 구경 120mm 55구경장 장포신 활강포를 갖춰 사거리와 관통력이 뛰어나다. 구경 12.7mm와 7.62mm 기관총을 부무장으로 장착한다. 길이 10.8m, 너비 3.6m,높이 2.4m에 무게는 55t이다. 자동장전장치를 갖춰 승무원은 3명이다. 1500마력의 힘을 내는 강력한 디젤 엔진 덕분에 포장 도로에서 최고 시속 75km의 속도로 주행한다. 야지에서도 시속 50km의 속도를 내 기동력이 탁월하다.
또 자동탐지추적 기능과 피아식별장치, 자동항법 기능, 미사일과 레이저 경보장치, 복합연막 발사장치, 화학탐지기 등을 갖추고 있다. 폭발반응장갑 등으로 방어력도 뛰어나다. 잠수도하장치를 장착할 경우 수심 4.1m의 강도 건널 수 있다.
현대로템이 한국 육군에 100대를 실전배치하고 106대를 생산 중인 만큼 능력을 검증받은 전차이다.
현대로템 대표는 K2 전차의 사양과 기능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폴란드 공무원을 여러 차례 만났다.
폴란드 정부는 노후 전차 대체를 위해 자체 개발을 선택했다. 그동안 폴란드 차기 전차로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 러시아의 T-90, 영국의 챌린저 전차 등이 거론됐는데 폴란드가 자체 개발 쪽으로 선회하면서 K2 전차를 개발해 한국 육군에 납품하고 기술도 이전하겠다는 현대로템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TNI는 현재의 지정학적 여건을 감안하면 폴란드가 잠재 적국인 러시아의 전차를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영국의 챌린저 2 전차는 수출 성공사례가 없는 만큼 K2의 경쟁자는 미국의 M1 에이브럼스뿐이라고 주장했다. TNI는 한국은 첨단 기술 이전에 더 적극성을 띠고 있으며 K2 계약에는 첨단 장갑기술과 120mm 55 구경장 포의 생산 세부내용, k279 관통탄 생산기술 등이 포함될 것으로 추정했다.
M1탱크는 포탑에 34~36발의 포탄을 수납하지만, K2는 자동장전장치 때문에 그 절반인 16발만 수납할 뿐이다. 또 M1은 APS 능동방어장치를 즉시 장착할 수 있으나 K2는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K2는 대전차 미사일 접근을 알리는 통합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TNI는 폴란드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APS가 없어도 K2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로템 측은 티솔닷피엘에 "폴란드 정부는 차세대 전차 생산을 위한 공개 입찰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는 여기에 분명히 참여할 것"이라면서 "전체 프로젝트는 800대의 전차를 생산하기 위해 2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