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200만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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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월급 200만원 가능할까?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1.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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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봉급으로만 5.1조 추가로 필요...軍 보수체계 전면 재조정 불가피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연이어 내걸고 있다. 20대 남성 유권자들의 표를 잡기 위한 방안이다. 문제는 재원조달이 가능하느냐다. 병사 월급을 대폭 올리면 초급 간부의 월급도 크게 올려야 하는 등 군 보수체계 전반을 재조정해야 한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방중기계획상 병사 봉급 인상 추이. 사진=국방부
국방중기계획상 병사 봉급 인상 추이. 사진=국방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정부는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보장하겠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윤 후보는 "병사의 군 복무는 근로계약이 아니다"면서 "현재 병사 봉급에는 연간 2조 1000억 원이 소요된다. 최저임금으로 보장하면 연간 5조1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9일 올린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한 줄 공약 발표에 대한 후속 입장이다.

윤 후보는 "지난 4년간 한 해 예산이 무려 200조원 넘게 늘었음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곳에 쓴 예산을 삭감하고, 흘러가지 말아야 할 곳에 흘러간 혈세를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면서 병사 봉급 최저임금 보장으로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열겠다고 주장했다. 

올해 국방예산은 54조6112억 원으로 추가 예산 5조1000억 원은 전체 예산의 9.3%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재원은 예산 지출조정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부사관 등 직업군인의 봉급과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체계적 조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약은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즉시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달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병사 월급을 오는 2027년까지 2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인구 감소에 따라 징집병 규모를 15만 명 수준으로 축소하고 모병을 통해 전투부사관 5만 명과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군무원 5만 명을 각각 증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의 공약은 국방부가 계획한 것보다 두 배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서 병장 월급을 2026년에 약 100만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병 봉급을 2017년 최저임금의 50%까지 인상하고 이후에는 2025년 하사 1호봉의 50% 수준을 목표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병장 월급을 지난해 60만 8500원에서 올해 67만 6110원, 2025년 96만 2900원, 2026년 99만 1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병장 월급(67만6100원)은 2017년(21만6000원)보다 3배 이상 증액됐는데 100만 원으로 올린다면 무려 근 다섯배로 증가한다. 이 계획보다 두 배로 더 올리겠다는 게 두 후보의 공약이다.

문제는 병사 월급이 현재 계획의 두 배인 200만원 수준으로 급격하게 오를 경우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현역 병사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고 윤 후보의 계산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병 봉급 지급을 위해 해마다 6조2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병사 월급이 이처럼 오르면 하사나 소위 등 초급 간부 월급도 형평성 차원에서 인상이 불가피하다. 올해 기준 하사 1호봉 월급은 170만 원, 소위 1호봉 월급은 175만 원이다. 이밖에 군무원들의 급여 조정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병사와 초급 간부 월급이 비슷해지면 입대를 앞둔 20대 청년들이 복무기간이 긴 간부를 굳이 선택할 이유도 줄어든다. 실질적인 재원 마련 방안과 함께 초급 간부 확보를 위한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사실상 군인 보수체계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산 추계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다른 국방예산을 줄이는 세출 구조조정을 해서 병사 인건비를 마련한다고 해도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대응체계 구축과 첨단 무기체계 확보 등 군사력 건설에 투입하는 '방위력개선비'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재원 조달을 할 방안이 없는 탓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2~26년 국방중기계획에서 오는 2026년까지 5년 동안 총 315조 2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중 병력운영비에 122조 4000억 원을 배분했다. 전력증강을 위한 무기구입 예산인 방위력 개선비는 106조 7000억 원이 배정돼 있다.

국방중기계획 재원 배분. 사진=국방부
국방중기계획 재원 배분. 사진=국방부

전문가들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병력을 줄이면서도 병력이 아닌 첨단 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작전개념 변경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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