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이 무슨 뻥튀기 기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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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이 무슨 뻥튀기 기계인가?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2.01.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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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상장에 대한 명상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두고 말이 많다. 혹자는 한 주라도 사면 상장 후 큰 돈을 남길 것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상장이 무슨 뻥튀기는 기계인가라고 비판한다. 사실 다들 일리 있는 주장이고 어느 게 맞는지 알 수는 없다.
 

LG에너지솔루션 로고.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로고.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문자 그대로 대박이라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수요 예측에 이어 일반 청약까지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했고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정해지고 이후 상한가)' 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시초가는 개장 전 호가를 받아 공모가의 90∼200%인 27만∼60만 원 범위 안에서 정해졌다.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 30%의 가격 제한폭이 적용된다.  '따상'에 성공하면 상장일 주가는 공모가(30만 원)보다 160% 오른 78만 원이 돼야 하고 이렇게 될 경우 투자자는 주당 48만 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러니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에 대해 긍정의 전망을 경쟁하듯 내놓았다. 회사의 성장성이 높은 데다 유통 가능한 물량이 전체 상장 주식의 8.85%로 적어 주가가 단기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다. 26일까지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주가는 39만∼61만 원 수준이었다. 시초가 59만 7000원으로 출발한 LG엔솔의 주가는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50만 5000원이었다. 증권사 전망 범위 안에는 들어갔지만 따상에는 실패했다.

이는 상장이  뻥튀기 기계가 아닌 만큼 당연한 결과다. 더욱이 주식시장 여건도 좋지 않다. 최근 미국의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와 코로나19 확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 위험 등 악재가 겹쳐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까지 나흘간 150 넘게 떨어졌다.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엔솔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따상을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라고 보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싶다.

LG엔솔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70조 2000억 원이다. 따상에 성공하려면 LG엔솔의 시가총액은 182조 5000억 원은 돼야 했다. SK하이닉스(85조 5000억 원)을 단숨에 제치고 삼성전자(437조 6000억 원)에 이어 코스피 시총 2위로 올라선다. 또 LG그룹 시가총액도 120조 원 수준에서 300조 원 가량으로 늘어나 SK그룹(186조 8000억 원)을 제치고 삼성그룹(678조 3000억 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섰을 것이다. 

그랬으면 투자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이 어디 투자자들 맘대로 돌아가는가. 이날 종가는 50만 5000원, 시총은 118조 1700억 원으로 평가됐다. LG화학이 한 번도 시총 2위 자리를 유지 하지 않은 기업이었는데도 그 기업의 사업부가 분할 상장한 후 단숨에 시총 2위가 되기를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LG엔솔의 사업내용이 튼실하다고 하나 하루 아침에 이 같은 자리에 오르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닐까?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상장을 위한 공모가와 시초가 결정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관과 외국인은 공모가와 시초 거래가 계산법을 이용해 가격을 부풀리는 일종의 사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혹자는 시초 거래가 잘못됐다거나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그 덕분에 기관과 외국인은 손쉽게 떼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 가혹한 비판론자들은 기업의 가치가 정상라면 LG화학과 LG엔솔의 시가총액을 합해 과거 LG화학의 시가총액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그게 아닌 만큼 LG엔솔은 그만큼 고평가됐다고 질타한다. 

어느 게 맞는지 확언하기 어렵다. 득을 본 투자자도 있겠고 손해를 본 측도 있을 것이며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은 기운 운동장에 LG엔솔 공모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개미 투자자들의 선구안이 더 예리해야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시총 100조가 넘는 기업이 새로 탄생했다는 것은 반길 일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엔 큰 호재다.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지만 경쟁이 치열한 산업계에서도 전도유망한 사업을 산다면 투자자들이 쇄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LG엔솔 상장은 가르쳐줬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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