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 "북한 발사, 사거리 관계없이 한국 겨냥…한국 고립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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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북한 발사, 사거리 관계없이 한국 겨냥…한국 고립 목적"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1.3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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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 압박 등 '모종의 신호'로 해석...미국은 "북한의 군사력 증강"

북한이 새해 들어 일곱 번째 무력시위를 벌이며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시험하는 것은 사거리와 관계없이 모두 한국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단거리는 한국에 대한 핵 타격용이고 중장거리 역시 미·일 양국의 참전을 억제해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장기 포석이라는 진단. 가장 큰 위협을 받는 한국은 북한의 발사를 군사력 증강이 아니라 '모종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는데 북한의 기술 진전과 전쟁 전략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이 보유한 화성-12의 사거리는 최대 4500km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주요 탄도미사일과 사거리.사진=CSIS
북한이 보유한 화성-12의 사거리는 최대 4500km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주요 탄도미사일과 사거리.사진=CSIS

미국 국무부 산하 매체인 미국의소리방송(VOA)은 31일(현지시각)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큰 진전을 이뤘다며 주요 공격 대상은 여전히 한국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30일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로써 북한은 올들어 극초음속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7차례 감행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이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자강도에서 쏜 화성-12형의 비행거리는 800km지만 정점고도는 약 2000km로 탐지됐다.정상 각도로 쐈다면 3500에서 4500km를 비행했을 것로 추정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 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이다.

CSIS가 추정한 화성-12형의 사거리. 미국 본토인 알래스카주 남부 알래스카만에 있는 코디액섬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사진=CSIS/미사일쓰렛
CSIS가 추정한 화성-12형의 사거리. 미국 본토인 알래스카주 남부 알래스카만에 있는 코디액섬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사진=CSIS/미사일쓰렛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VOA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원하는 이유는 침공이 시작되면 전쟁 초기에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성공적으로 그렇게 하기 위해선 미국과 한국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미사일, 다시 말해 방어망을 피할 수 있고 상당히 정확한 미사일이 필요한데, 북한이 계속 다른 측면을 가진 (미사일)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시험 발사는 전술핵무기와 함께, 중·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신형 미사일을 다수 개발하겠다는 김정은의 지난해 1월 당대회 발언과 상당히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 본토까지 포함되는 1만5000km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과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무기 도입,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제시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VOA에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최종적으로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소장은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건, 미국 혹은 괌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건,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일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이 북한의 목적"이라는 설명했다.

윌리엄스 소장은 "일본을 때릴 수 있는 미사일도 결국은 일본의 참전을 막아 한국을 전략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한국을 동맹으로부터 떼어내 한반도를 북한 주도로 통일하려는 장기적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곱 번째 발사 이전에 진행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모두 "남북한 접경 지역을 넘어 한국 영토 깊숙이 타격하는 연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후방의 미군 병력을 겨냥하고, 해로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올 미군 병력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부산과 같은 항구를 타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새해 벽두부터 잇따라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는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고, 14일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쏘아 올렸다. 17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27일 탄두 개량형 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이런 종류의 미사일에 생물학 작용제를 탑재해 미군 증파 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기화된 탄저균을 탄두에 장착해 한국의 향구와 비행기 이착륙장 등에 쏠 경우 이들 시설을 폐쇄시켜 미군 유입을 어렵게 만들며, 북한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처럼 북한 미사일의 최대 위협 당사국인 한국이 북한의 발사를 모종의 신호로만 해석해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거리와 관계없이 칼끝을 한국에 겨눈 북한의 미사일 전략을 외면한 채 이를 미국에 대한 압박이나 대화의 손짓으로만 거듭 포장하며 오히려 동맹인 미국에 태도 변화를 촉구해왔다고 VOA는 꼬집었다.

정작 한국 영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인 단거리 미사일에는 '우려', '매우 유감', '강한 유감' 이라고 표현한 한국 정부가 통상 미국을 겨냥한 고강도 도발로 여겨지는 중거리급 사거리의 미사일 시험엔 '규탄'한다며 대응 수위를 높인 것도 미국에서는 한국민의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고 VOA는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 타격용'인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이 소위 '미국용'이라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는 직접 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도 그런 의문을 키우고 있다고 VOA는 덧붙였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한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의도가 너무나 명백한 데도 이런 도발을 자꾸 모종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소망(wishful thinking)'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1997년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경수로 건설을 시작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미국 측 수석협상가를 지낸 리스 전 실장은 "10년이나 20년 전, 심지어 더 과거를 돌이켜봐도 북한은 늘 이런 식으로 움직였고 그 목적은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교수도 "북한의 무기 시험에는 관심을 끌려는 의도도 깔려있지만, 무엇보다도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이것은 실제 역량"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며 모라토리엄 파기에 근접하고 있는 북한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ICBM 발사라는 '레드라인'을 넘을지는 중국에 달려있다는 신중한 전망도 함께 나온다고 VOA는 전했다.

루이스 소장은 "김정은이 고체 연료 기반 ICBM뿐만 아니라 다탄두를 탑재한 대형 ICBM을 모두 시험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한 만큼, 언제가 되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그런 일은 분명히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도 "북한의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 자체보다 이것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 진행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혹은 추가 핵실험의 전조라는 게 걱정스럽다"면서 "중국을 신경 써야 하는 올림픽 기간이 지나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심지어 핵실험을 재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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