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택 가격 거품' 논란... 9% 상승 vs 2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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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주택 가격 거품' 논란... 9% 상승 vs 20% 급락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2.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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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캐나다에서는 주택가격 거품 논란이 뜨겁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치솟아 앞으로 20%는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과 앞으로 더 올해 연말까지 9%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민증가에도 주택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이치를 감안하더라도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질 경우 생산과 투자에 들어갈 자본이 주택부문에 과도하게 몰려 과열을 불러 일으키고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을 가중시켜 건전한 경제성장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사 과유불급 아닌가?

캐나다 토론토시 킬과 글렌레이크 로드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CBC
캐나다 토론토시 킬과 글렌레이크 로드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CBC

■상승론자"올해 9% 이상 하락"

주택가격 상승론자들의 대표는 캐나다부동산 협회(CREA)가 있다. 올해 주택가격이 연말까지 9.2% 오를 것으로 보는 단체다. 주택 공급 문제에다 금리인상,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이 이유다.부동산 업체 세이브맥스(Savemax)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라만 두아씨는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본다. 캐나다 최대 부동산 시장인 토론토와 광역시인 GTA지역의 콘도와 타운하우스 분야 상승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급등한 캐나다의 주택가격의 상승탄력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단독주택(1가구) 평균 가격은 81만1900달러로 전년 대비 21.1% 올랐다. 콘도는 55만3800달러로 15.8% 상승했다.

가장 많이 오른 분야는 온타리오주의 단독주택이44.3%가 올랐다.온타리오주  킹스턴은 38%, 브리티시컬럼비아는 25% 이상 상승했다.

이민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급이 제한된 현실을 감안하면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퀘벡주의 집값이 오를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주택공급이 제한돼 있다는 것은 주택신축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캐나다주택담보대출공사(Canada Mortgage and Housing Corp.'s, CMHC)에 따르면, 1월 캐나다 신축 착공건수는 25만4133건으로 지난해 12월(26만1352건)에 비해 줄었다. CMHC의 봅 더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1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역사상으로는 꽤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높지 않다"면서 "노동력 부족,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부족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 폭이 예상만큼 가파르지 않다는 점도 주택시장을 떠받친다. 모기지 대출금리는 고정금리가 2.5%, 변동금리가  약 1% 수준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BOC)가 올해 기준금리를 4~5차례 올릴 예정인데 대체로 한 번에 0.25%씩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추세, 노동시장, 팬데믹과 기타 등등의 요인을 감안해서 이뤄질 것인 만큼 급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락론자"올해 20% 급락"

반대론자들은 올해 집값이 최대 20%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로 캐나다 금융당국자들의 주장이다. 캐나다 금융감독원(Office of the Superintendent of Financial Institutions)는 현재 주택시장에 불과 있는 투기 열풍이 식으면 주택가격이 최대 20%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피터 루틀리지( Peter Routledge) 캐나다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정치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헐(David Herle)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 현재 민간시장에 투기적 열풍이 불고 있는데 마지막 단계에 있다"면서 "금리가 올라가면 그 열풍이 조금 사그라들면 가격 하락을 목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예금보험공사의 모기업인 내셔널뱅크의 붆석가 출신인 루틀리지 원장은 지난해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규정하는 인사다.

캐나다 주택시장은 지난 10년간 자산가격 상승과 낮은 연체율, 군중심리에 따른 주택 추격 매수, 제로금리 수준의 금리 등을 타고 붐을 이뤄지면 이런 요인이 사라지면서 주택시장은 냉각되고 일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루틀리지 원장은 주장한다.

루틀리지 원장은 "가격이 진짜로 급격히 오른 일부 시장에서는 10%나 심지어 20% 하락할 수 있는데 이는 갑작스런 가격 상승 후 정상상태로 복귀하는 것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루틀리지 원장은 일부 도시에서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지만 그것이 캐나다 금융시스템에는 더 큰 위협을 가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캐나다 최고가 부동산 시장인 토론토와 밴쿠버는 비슷한 가격 하락을 견뎌냈다.  루틀리지 원장은 "지난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 이들 도시에서는 고점에서 저점까지 20% 하락했으며 그런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주요 도시 방 2개짜리 주택 월임대료.사진=캐나다주택담보대출공사/CBC뉴스
캐나다 주요 도시 방 2개짜리 주택 월임대료.사진=캐나다주택담보대출공사/CBC뉴스

■주택붐 부작용, 임대료 급등

지난 10년 동안안 캐나다 부동산 시장은 한마디로 광풍에 휘말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론토와 밴쿠버가 그 광풍의 선두에 섰다. 2020년 시작한 팬데믹 기간 중에는 그 광풍이 캐나다 다른 도시로 퍼졌다. 더 크거나 값이 싼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수도 오타아는 물론 퀘벡주 몬트리올과 심지어 멍크톤,뉴브런즈윅에서 조차 토론토처럼 주택가격이 급상승했다. 이런 열풍에 투기꾼들이 달려들어 기회를잡으면서  투기붐이 일어났음은 물론이다.

통상 부동산 투자자는 주택 판매의 약 15%를 차지하지만 현재는 그 비율이 22% 수준이라고 루틀리지는 보고 있다. 

주택시장 과열의 부담은 고스란히 주택 소비자들이 져야 한다. 바로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들이다. 캐나다주택담보대출공사(Canada Mortgage and Housing Corp.'s, CMHC)가 18일 내놓은 연례 주택임대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37개 지역의 방 두 개짜리 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1167달러로 2020년 1128달러에 비해 3% 상승했다. 2019년 전국 평균임대료는 1080달러였다.

밴쿠버의 임대료는 월 1824달러로 전년에 비해 2.4% 상승했고 광역시인 GTA 지역의 임대료는 1666달러로 전년에 비해 1.5%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월 임대료는 몬트리올이 932달러로 가장 싸다. 밴쿠버는 1824달러로 가장 비싸다. 몬트리올의 두 배 수준이다.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주택수요자들은 교외나 농촌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아니면 더 열심히 일해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임대료를 충당해야 한다.

주택 소유주라고 해서 안심 할 수는 없다. 은행 빚을 내 집을 샀는데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내려가면 가계 자산 운용을 상당 수준 수정할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점에 산 주택 매수자들은 더 오르기를 바랄 것이고 주택 원매자는 주택가격이 내려가길 희망할 것이다. 그렇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흥미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부동산 말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이 등장한다면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출구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루틀리지의 조언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루틀리지는 "주택은 고평가 돼 있으니 주택부문에서 수익률을 기대하지 못한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두번 생각하고 다른 수단을 찾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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