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사태가 다시 일깨운 자원외교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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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사태가 다시 일깨운 자원외교의 중요성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2.2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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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금과 팔라듐 등 금속자원,  밀, 옥수수, 해바기유 등 농산물 자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들 자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많이 매장돼 있고 주로 수출하는 자원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들 자원의 유통이 차질을 빚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과 해상봉쇄 등으로 수출을 못한다. 

원유를 퍼올리는 유전의 오일 펌프. 사진=러시아투데이닷컴
원유를 퍼올리는 유전의 오일 펌프. 사진=러시아투데이닷컴

해외 자원의존국인 한국에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뼈아픈 '지적'을 한다. 그 중에서도 자원외교의 절박함이다.우리나라는 자원외교를 중시하면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자원외교를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하며 자원외교의 최일선에서 발로 뛴 사람들을 사법처리해 투옥시켰다. 그리고 위기가 오면 다시 자원이 중요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국내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는 25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나비효과'라는 분석보고서를 내놓고 다시 한 번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런 만큼 이 보고서는 일독할 가치가 있다.

이 보고서 주장의 요지는 러시아는 전통 에너지원 대국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비효과를 낳아 에너지 자원은 물론 농산물 자원의 가격상승,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는 자원 대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원유 생산량과 정제설비 부문에서 세계 3위를 달리는 국가다. 원유생산량은 세계 3위로 하루 약 1000만 배럴의 생산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약 12%를 차지한다.  또 러시아의 정제설비 규모는 하루 670만로 세계 3위다. 시장점유율은 7%에 이른다.

러시아산 원유는 중국과 일본, 미국이 주로 수입하며 한국도 수입한다. 우리나라의 원유수입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5.6%에 이른다. 유럽도 필요량의 25%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며 특히 독일은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31%에 이른다.

러시아는 주요 화학 원자재인 나프타 생산대국이다. 우리나라의 나프타 수입량은 전체의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러시아는 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세계 시장의 17%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석탄도 많이 생산한다. 전세계 생산량의 5%를 생산해 중국 다음가는 생산국이다. 

러시아는 전세계 암모니아 공급의 20%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또 세계 5위의 비료 수출국가다.

 러시아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 금속인 니켈과 아연 등의 주요 공급국이다. 러시아는 니켈의 10%, 아연의 13%가량을 공급하는 나라다.

러시아 밀밭. 사진=펙셀스닷컴
러시아 밀밭. 사진=펙셀스닷컴

우크라이나는 어떤가?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 대국이다. 경작 면적은 전 세계 면적의 2%, 유럽연합의 30%이며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4%를 차지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합쳐,  세계 밀 수출의 29%, 옥수수 수출의 19%, 해바라기유 수출의 80%를 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또  전세계 반도체 생사룡 특수가스인 네온의 70%, 크립톤의 40%를 공급한다. 네온과 크립톤 등 특수가스는 사용량은 소량이지만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수 소재다. 네온은 반도체 패턴 형성을 위한 레이저 발진에 쓰이고, 크립톤은 회로도를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깎는 식각 공정에 쓰인다. 반도체 생산대국인 한국에는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이처럼 전세계 에너지, 금속, 농산물 자원 대국인 두 나라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으니 결과를 불을 보듯 훤하다. 에너지와 금속, 농산물 상품의 공급차질과 가격 오름세가 그것이다. 유안타증권의 황규원 연구원은 지난 22일 낸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 원유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면서 "무력 충돌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원유 파이프라인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의 일시적인 가동 중단 우려가 높아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단기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유안타증권 반도체 부문의 이재윤 연구원은 "반도체 특수가스 원료인 네온, 아르곤, 제논 가스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양국 합산 약 50% 수준으로 원재료 수급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곧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확대라는 골칫거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물가 외에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도 큰 걱정거리다. 러시아에는 현대자동차가 진출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을 공급한다. 우크라이나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곡물터미널을 운영한다. 부품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차질, 판매감소,루블화 급락에 따른 환차손,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뒤따를 니켈과 알루미늄 공급 차질 등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과 염수저장시설 전경.사진=포스코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과 염수저장시설 전경.사진=포스코

자원의 해외의존도,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도저히 어쩔 수도 없고 뾰족한 대책도 없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공급망 확충,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는 것 외에는 별수가 없다. 궁극으로는 전 세계 시장에서 자원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장 실적을 내놓지 못하는 자원외교를 '낭비'로 보는 국내 풍토부터 극복하는 게 시급하다.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자원외교의 책임을 물어 수많은 공직자를 사법처리할 때 중국은 중국 내 희토류 개발 체제를 정비하고 생산을 강화해 전세계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한편,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등 자원 보유국에 자본을 투자해  크롬과 코발트, 리튬 등 배터리용 금속 매장광산과 염호를 다량으로 확보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POSCO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만 실패 리스크와 사후책임과 비난을 무릅쓰고 자원 확보를 위해 지구촌을 누비며 겨우 자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부처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감히 '자원외교의 자'자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자원외교의 절박함에 눈감아온 한국 정부와 재계, 국민들 눈을 다시 뜨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기 정부는 이런 점들을 두루 살펴서 자원외교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리고 정부 조직을 정비하고 민관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가 우리에게 준 값진 교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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