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적자는 결국 소비자가 물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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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적자는 결국 소비자가 물어낸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2.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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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지난해 6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금으로  주식이 투입될 만큼 우량한 공기업인 한전이 무려 6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은 너무나도 큰 충격을 줬다. 문제는 지난해에만 적자를  낸 데 그치지 않고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올해 적자규모가  10조 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어 더 걱정스럽다.

한국전력 로고
한국전력 로고

한국전력은 24일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60조5748억 원, 영업이익은 5조8061억 원 적자라는 게 골자였다. 2020년에 비해 매출은 2조55억 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4조863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5조8601억 원 손실을 냈다. 

우량기업인 한전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발전 단가가 비싸져 비싼 값에 전기를 사는 대신 판매가격을 올릴 수 없어 생긴 일이다. 

왜 발전 단가가 비싸졌는가?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늘린 게 화근이었다. LNG 가격은 국제 유가와 연동돼 오른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많이 올랐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따라 발전단가가 원자력발전의 다섯 배에 이르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많이 사준 탓도 있다.

이에 따라 전력구매 비용은 2020년 54조4830억 원에서 지난해 66조4349억 원으로 11조9519억 원이 늘었다. 특히 연료비는 4조6136억 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5조9069억 원이 더 늘었다. 

한전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 발전을 제한했고 전력 수요가 늘어 LNG 발전량이 증가한 데다, LNG·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기를 판매한 수익은 1조4792억 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지난해 1분기 kWh(킬로와트시)당 3원 인하한 후 3분기까지 동결했다가 4분기에야 3원 올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답은 간단하다. 정부 정책 즉 탈원전 정책이 근본 원인이다. 원자력의 위험성만 강조한 나머지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가 값싸다는 점을 간과한 정책 실패의 결과로 봐도 무방하다. 아무런 국민 여론 수렴과정도 거치지 않은 결정이 내린 후과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정책 당국자들의 반성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전기요금을 올리지도 않으면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을 뿐이다. 

월성원자력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전이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강도 자구노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또 재무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력공급비용 절감, 설비효율 개선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값이 나가는 자산을 다 팔아서 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전의 건강상태를 조금 낫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한전이 앓고 있는 질환의 근인을 치유하는 처방전이 될 수 없다. 과도한 전기요금 구매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기요금이 가장 큰 문제임은 주지의 사실인데도 이를 외면한다. 전기요금 인상이 정공법인데 감이 쓸 생각을 못한다. 집권여당은 표를 잃을까봐, 정부부처는 여론의 비판이 겁나서 자꾸 고개를 돌린다. 

근인을 치유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가벼운 병도 어떤 약도 듣지 않는 고질이 될 수 있다. 공기업인 한전이 재정위기에 봉착한다면 채권 발행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발행한 채권의 이자와 원금은 결국 소비자들이 내는 전기요금으로 갚아야 한다. 공기업인 한전이 채권을 발행하면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표면 금리를 올린다면 결국 민간 기업의 회사채 시장 금리를 올리는 등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  

한전의 적자 전환은 단순히 경영 부실이나 재무구조 개선의 문제는 아니다. 적자는 결국 전기 소비자가 물어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 LNG 등 원료 가격 상승, 전기요금 인상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한전 적자는 매년 되풀이되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전 적자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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