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캐나다 농업계가 반길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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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캐나다 농업계가 반길 수 없는 이유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2.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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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지구 반대 편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졌다. 러시아가 침공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고 무수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우크라아니간 전쟁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유, 원유와 천연가스 등 각종 자원을 수출하는 나라여서 유럽 등 전세계의 수입국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캐나다 듀럼 밀밭 전경.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 듀럼 밀밭 전경.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다. 캐나다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구봉쇄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농산물 수출대국인 캐나다가 반사효과를 누릴 것인가? 일부 그럴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아 그렇지 못하며 오히려 캐나다 농업 전반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은 하루 빨리 끝나야 한다.

캐나다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포스트(Financial Post)가 지난 25일 내보낸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곡물과 오일시드 시장에 변동을 초래하는 만큼 캐나다 농부들은 변동성에 직면해 있다'는 제목의 기사도 이런 걱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값이 급등하고 있어 이런 추세를 이용해 밀농사를 크게 지을 수도 있겠지만 캐나다 농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미나토바주 하트니시의 한 농부의 예를 들어 전했다. 그는 10만 에이커의 땅에 절반은 카놀라와 대두를 심고, 나머지 절반에는 경질봄밀, 콩과 옥수수를 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지하듯 농산물 수출 대국이다. 두 나라를 합치면 세계 밀 수출의 29%,옥수수 수출의 19%를 차지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두 나라나는 카놀라와 해바라기유 수출 대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세계 농산물 공급이 빠듯해져 인플레이션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해 남미와 서부 캐나다를 강타한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벌어졌다. 식품이 더 귀해지고 가격이 비싸지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에 의존하는개발도상국 경제에는 부정의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포스트는 지적했다. 

그런데 전쟁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은 이미 봉쇄됐다. 남부 오데사항을 러시아가 봉쇄해 감히 어떤 나라도 선주도 선박을 보낼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탓에 지난 24일 미국 농산물시장인 시카고 선물거래위원회(CBOT)에서 밀 선물가격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해다가 하룻 만에 다시 하락했다. 옥수수 역시 8개월 사이에 최고치로 뛰었다가 떨어졌다.

캐나다 농부들이나 지도자들의 판단은 대단히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 급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획대로 묵묵히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곡물재배농협회의(Grain Growers of Canada) 브렌던 필립스 부회장이 "농부로서 우리가 통제할 것은 아주 많다"면서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그렇다. 

캐나다 최대 농업 부문 대출 기관인 팜 크레디트 캐나다(Farm Credit Canada)의 장 필립 제르베( Jean-Philippe Gerva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농업계에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올해 곡물가격이 급등한다고 해도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농업계 지도자들은 비료 생산에는 천연가스의 주요한 투입요소인에 전쟁은 연료와 비료값을 올릴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은행들이 이자율을 인상하면 차입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제르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 이는 농업과 같은 자본집약 비즈니스에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농업계가 국제 곡물 가격 시세 급등이라는 호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급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여름 곡창지대인 서부캐나다는 가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봄밀 파종을 앞두고 비가 흠뻑 온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지난해 일부 농가가 계약의무 이행을 위해 시장에서 일부를 사들인 것도 따지고 보면 가뭄에 따른 생산 부족 탓이었다.

올해 캐나다를 비롯한 글로벌 농산물 시장은 전쟁이라는 대단히 복잡한 변수에 직면했다. 공급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은 상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캐나다 농업계가 지혜롭게 대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장이 선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이 어떻게 될 지 누가 미래를 장담할 수 있겠는가. 장 필립 제르베 선임 이코노미스트의 경고가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목요일 가격 급등은 시장 과잉반응의 전형이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상품 가격은 롤러코스터가 될 수 있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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