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과 감자 등의 할당관세 적용 물량도 확대
정부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오는 7월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인하 폭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으며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2% 상승해 정부의 관리 목표(2%)를 훌쩍 뛰어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상반기 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은 2017년 1월 이후 5년 만으로 그만큼 물가압력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상승압력이 커지면서 1월에 비해 0.6% 오르고 1년 전에 비해서는 3.7%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4.1%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0.9% 하락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고유가로 인한 물가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인하폭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상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상방압력으로 국제유가는 지난 2014년 7월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6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은 전날 대비 3.75원 오른 리터당 1777.75원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가격·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할당관세 적용과 물량 증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핵심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주요 원자재 수급 방안 조치도 가동한다.
홍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사료용 곡물의 대체 가능 원료인 겉보리·소맥피 등의 할당관세 물량을 각각 10만t, 6만t으로 확대한다"면서 "감자분의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활당(TRQ) 물량은 175t에서 1675t으로 1500t 증량하고, 칩용감자 할당관세 적용과 조제땅콩 TRQ 물량 증량도 추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네온·크립톤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대외 의존도 높은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수급 상황을 점검해 이달 중 할당관세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비철금속시장 가격불안이 지속되면 외상방출한도 50억 원 확대와 방출기간도 3개월 연장 등 한시 추가지원 조치기한을 상반기까지 연장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