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캐나다 빵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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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캐나다 빵값 인상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3.07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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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6일로 11일이 지났다. 러시아군의 포격과 폭격에 따른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다하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전세계인의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서진 건물 잔해, 피란민 행렬, 검게 그을리거나 산산조각이 난 군용차량은 전쟁의 참상을 알려준다.

캐나다 듀럼 밀밭 전경.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 듀럼 밀밭 전경.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지구촌 반대편인 캐나다에서는 식료품 가격 급등에서 전쟁의 영향을 피부로 느낀다.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체감할 수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서 경제가 회복되면서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뒤따르지 못한 결과 각종 제품의 가격이 뛰고 있는 결과다. 인플레이션 주범으로는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가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밀과 옥수수 등 곡물가격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캐나다 매체 CBC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30%, 옥수수 수출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쟁 이후 서방이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수출은 거의 봉쇄됐다. 마찬 가지로 러시아군의 항만 봉쇄로 우크라이나의 수출도 길이 끊겼다. 수출을 통한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할지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흑해지역에서 나오는 밀과 옥수수 의존해온 중동과 북부아프리카 지역의 수억 명의 사람들이 굶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들 지역은 가까운 흑해 주변 밀과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쟁으로 '식량 안보'가 매우 위태롭게 됐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원유와 천연가스 값이 뛰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된 인력수급난과 그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철광석 등의 운임이 치솟고 원자재 수입국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밀도 그런 농산물 중 하나다.  CBC는 국제곡물위원회( International Grains Council) 통계를 인용해 유럽연합, 러시아, 미국과 캐나다,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 호주와 카자흐스탄의 올해 밀 공급이 9년 사이에 가장 적은 5700만t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밀생산국인 미국과 캐나다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선물시장에서 밀 선물가격은 이미 14년 사이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소매가격 상승이 뒤따르면서 우리의 소비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CBC에 따르면, 미국 제방사협회( American Bakers Association)의 롭 맥키(Robb Macki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불행하게도 미국에서 식품 인플레이션과 구운제품 가격은 중단기로 올라갈 것이며 이는 취약계층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CBC는 앨버타주 '캘거리 이탈리안 베이커리'가 최근 밀값 급등 몇 주 전에 빵가격을 7% 인상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가뭄으로 공급이 크게 준 탓에 밀가루 가격과 이스트 가격이 뛴 것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가게 주인은 앞으로 4~5개월 후 밀가루가 다 소진되면 가격을 다시 올려야 할 것 같다고 걱정한다고 한다.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업체들이 공급가를 올리니 제빵업체들은 별 수 없이 판매가격에 이를 전가하는 것이다. 뉴브런즈윅주의 제빵업체 '던스터스 베이커리(Dunster's Bakery)는 대서양 연안 3개주의 식료품 체인에 도넛과 롤빵을 공급하기 위해 연간 400만 파운드의 밀가루를 소비한다. 밀가루 납품업체는 공급가격을 고정하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그 계약은 8월 말 종료된다. 밀가루 가격은 하루가 머다하고 오르고 있어 계약종료시 시가대로 밀가루를 매입해야 한다. 그때가 되면 도넛을 비롯한 빵가격은 또 오를 것이다.
 
빵은 캐나다에서 생필품 중의 생필품이다.빵값이 오르면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역시 생필품인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급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1월 1년 전에 비해 5.1% 상승하면서 중앙은행의 관리목표 2%를 크게 옷돌고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심한 석유제품과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도  4.3%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중앙은행(BOC) 총재가 연설하고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티프 맥클렘 캐나다중앙은행(BOC) 총재가 연설하고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자칫 막 살아나는 듯한 캐나다 경제를 다시 꺾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캐나다인들의 구매력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어 다시 경제가 움츠러드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먼 나라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밀 무역의 경로를 타고 밀생산국인 캐나다에도 밀값 상승에 따른 각종 빵값 인상을 초래하고 있다. 멀리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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