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6일로 11일이 지났다. 러시아군의 포격과 폭격에 따른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다하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전세계인의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서진 건물 잔해, 피란민 행렬, 검게 그을리거나 산산조각이 난 군용차량은 전쟁의 참상을 알려준다.
지구촌 반대편인 캐나다에서는 식료품 가격 급등에서 전쟁의 영향을 피부로 느낀다.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체감할 수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서 경제가 회복되면서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뒤따르지 못한 결과 각종 제품의 가격이 뛰고 있는 결과다. 인플레이션 주범으로는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가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밀과 옥수수 등 곡물가격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캐나다 매체 CBC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30%, 옥수수 수출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쟁 이후 서방이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수출은 거의 봉쇄됐다. 마찬 가지로 러시아군의 항만 봉쇄로 우크라이나의 수출도 길이 끊겼다. 수출을 통한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할지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흑해지역에서 나오는 밀과 옥수수 의존해온 중동과 북부아프리카 지역의 수억 명의 사람들이 굶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들 지역은 가까운 흑해 주변 밀과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쟁으로 '식량 안보'가 매우 위태롭게 됐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원유와 천연가스 값이 뛰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된 인력수급난과 그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철광석 등의 운임이 치솟고 원자재 수입국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밀도 그런 농산물 중 하나다. CBC는 국제곡물위원회( International Grains Council) 통계를 인용해 유럽연합, 러시아, 미국과 캐나다,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 호주와 카자흐스탄의 올해 밀 공급이 9년 사이에 가장 적은 5700만t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밀생산국인 미국과 캐나다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선물시장에서 밀 선물가격은 이미 14년 사이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소매가격 상승이 뒤따르면서 우리의 소비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CBC에 따르면, 미국 제방사협회( American Bakers Association)의 롭 맥키(Robb Macki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불행하게도 미국에서 식품 인플레이션과 구운제품 가격은 중단기로 올라갈 것이며 이는 취약계층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칫 막 살아나는 듯한 캐나다 경제를 다시 꺾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캐나다인들의 구매력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어 다시 경제가 움츠러드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먼 나라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밀 무역의 경로를 타고 밀생산국인 캐나다에도 밀값 상승에 따른 각종 빵값 인상을 초래하고 있다. 멀리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