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회사 '캔포' 주 4일제 도입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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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회사 '캔포' 주 4일제 도입하는 속사정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4.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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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 부족으로 원목 실어나르지 못해 제재소 가동 줄여

2020년부터 캐나다를 엄습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공급망 혼란을 초래했다. 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따른 인력감소, 봉쇄조치 등으로 원유를 비롯한 각종 광물, 주택용 목자재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원에서 공급난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목재시장이 공급망 혼란의 타격을 받고 있다. 캐나다는 목조주택이 많은 탓에 주택용 목재 시장이 발달한 나라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공급망 혼란이 다시 생기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제재소에 쌓여있는 목재 재고. 사진=CBC
캐나다 제재소에 쌓여있는 목재 재고. 사진=CBC

북미 최대 원목 생산회사인 캔포(Canfor)가 오는 4일부터 11개 제재소에서 주 4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 것은 목재업계가 직면한 공급망혼란의 한 예이다.  캔포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고객들이 주문하는 목재를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어 브리티시 컬럼비아와 앨버타주 11개 제재소 대부분의 업무를 주 4일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돈 케인(Don Kayne)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면서"현재 지속하기 어려운 수준 재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동일정을 단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철도차량 부족이다. 캐나다 철회사사인 내셔널레일웨이(대륙횡단노선 운영)와 퍼시픽레일웨이(밴쿠버-몬트리올 노선 운영)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캐나다가 벌크 형태로 수출하는 거의 모든 상품에서 나타는수요급증에 맞추기 위해 서부지역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다.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철도차량을 구하기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캐나다 철도회사 캐나디언 퍼시픽 레일 철로망. 사진=캐나디언 퍼시픽 레일
캐나다 철도회사 캐나디언 퍼시픽 레일 철로망. 사진=캐나디언 퍼시픽 레일

기업들은 화물 철도차량이 들어와서 물건을 싣고 갈 대까지 재고를 야적해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캔포는 야적 공간이 부족해져 생산을 줄이고 있다. 목재값이 역대 최고 수준인데 생산량을 최소 1억 보드피트 줄여야 하는 회사 측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사정은 다른 회사들에서도 마찬 가지다. 대놓고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비슷하다고 한다.목재산업은 캐나다 경제 전체가 겪고 있는 현상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급망 동맹경화가 캐나다 경제에 30여년 사이에 최고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목재업계의 공급망혼란, 철도차량 부족은 제재목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현재 제재목 가격은 1000보드피트당 13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그래도 1년 전에 비하면 20%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자칫 잘못하면 2020년도 가격 급등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캐나다 퍼시픽 레일웨이'의 붉은색 기관차가 긴 화물차를 달고 달리고 있다. 사진=캐나다퍼시픽레일웨이
'캐나다 퍼시픽 레일웨이'의 붉은색 기관차가 긴 화물차를 달고 달리고 있다. 사진=캐나다퍼시픽레일웨이

코로나19 초기에 내려진 경제봉쇄 조치로 제재소들이 생산량을 줄였다.재택 근무를 해야 한 주택소유자들이 주택 개보수 등에 나서면서 건축자재 중 하나인 목재 수요가 급증했고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뛰었다. 벤치마크인 목재는 1000보드피트 당 1169달러로 이전 역대 최고치(589달러)의 근 두 배로 치솟았다. 덕분에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목재 기업인 웨스트 프레이저 팀버는 떼돈을 벌었다.영업이익률이 2020년 25% 이상으로 뛰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2020년 목재가격 급등은 팬데믹 관련 경제 봉쇄, 수요예측오판이 낳은 산물이라면 최근의 가격 상승은 서부 캐나다 지역의 철도운송의 혼란이 주범으로 지목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내륙지역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산불 탓에 다리와 도로가 훼손된 탓에 원목 생산업체는 물론 점결탄을 캐는 테크리소시스(Teck Resources)와 같은 기업들이 생산품을 시장에 운송할 수 없었고 재고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일부 도로와 다리가 보수됐닸지만 철도운송이 술술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캐나다 서부지역의 철도운송 문제가 해결되느냐가 문제를 푸는 열쇠로 남아있다. 캐나다의 철도운송 능력이 수요를 따라잡는다면 이 문제 또한 풀릴 것이리라. 그많은 철도차량은 어디서 뭘하고 있는가?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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