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저위력 핵탄두를 실전배치하는 이유...도끼가 아닌 칼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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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저위력 핵탄두를 실전배치하는 이유...도끼가 아닌 칼을 준비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0.02.0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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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력 5~7kt, 오하이오급 전략 핵추진잠수함 트라이던트-II 장착

미국이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에 저위력(low yield) 핵탄두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 탄두를 북한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폭발력이 작고 방사능 낙진도 적어 이런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화성-15형 대륙간탄도탄(ICBM)에 이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일격필살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핵정보 국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 국방부가 지난 2년 동안 저위력 핵탄두(W76-2)를 개발해 지난해 말 미국의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인 테네시함에 처음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테네시함은 현재 대서양을 항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핵추진 잠수함에서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폭발력 470kt, 100kt인 W76과 W100 탄두 외에 5~7kt인 W76-2 탄두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미해군
미국 핵추진 잠수함에서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폭발력 470kt, 100kt인 W76과 W100 탄두 외에 5~7kt인 W76-2 탄두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미해군

W76-2는 2018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작성한 '핵태세 검토보고서(NPR)'에 따라 개발됐고 지난해 2월 첫 생산됐다.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 테크놀러지는 약 50발이 생산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 의회는 2019 회계연도에 6500만 달러, 2020회계연도에 1000만 달러의 예산을 W76-2에 배정했다.   

저위력핵탄두는 폭발력이 5~7킬로톤(kt)이다. 킬로톤은 TNT 폭약의 1000t에 해당한다.W76-2의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자탄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와 '팻맨'의 폭발력은 각각 20kt, 21kt이었다. 단 두 개의 폭탄으로 히로시마에서 9만~16만6000명이 숨졌고 나가사키에서 6만~8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테네시함이 탑재하고 있는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은 폭발력 470kt 탄두(W88) 8발 혹은 100kt 탄두(W76) 8발을 장착한다. 전략핵무기라는 큰 칼을 사용하지 않고도 표적을 완전히 파괴하기에는 위력이 충분한 무기다. 크리스텐슨 국장의 말이 맞다면 W76-2 탄두는 기존 W76과 W88과 함께 트라이던트-II에 장착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미 해군 오하이오급 테네시함. 사진=미해군
미 해군 오하이오급 테네시함. 사진=미해군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인 테네시함은 길이 170.7m, 너비 12.8mm,흘수 10.8m에 수중 배수량 1만 8750t의 거대한 잠수함이다. 수중에서 25노트 이상으로 항해한다. 잠항심도는 250m이상이다. 구경 533mm 어뢰발사관 4기를 자추고 있으며 Mk 48 중어뢰를 발사한다.

오하이오급은 18척이 현역으로 활동중인데 이 중 1번함인 오하이오급 등 4척은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잠수함으로 개조됐다.

테네시함은 핵탄두 미사일인인 트라이던트-2 미사일을 무려 24발 탑재한다. 길이 13.58m,지름 2.11m인 이 미사일은 사정거리 1만2000km 이상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3단 로켓이다.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의 위력은 상상력을 초월한다. 잠수함 한 척이 쏠 수 있는 미사일 최대 24발, 탑재 핵탄두는 무려 192발이나 된다. 

수상 항해 중인 미 해군 오하이오급 테네시함. 사진=미해군
수상 항해 중인 미 해군 오하이오급 테네시함. 사진=미해군

 


전략핵무기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즉 한 쪽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다른 쪽도 핵무기를 사용해 서로 확실히 파괴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핵전쟁을 억지하기 때문에 전략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인식이 컸다. 저위력핵탄두는 전략핵무기와 달리 폭발력을 낮춰 실전에 사용될 수 있는 핵무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이 핵탄두를 개발해 실전배치했다는 것은 이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공언한 것과 같다.

크리스텐슨 국장은 "미국이 이 저위력핵탄두를 개발한 공식 이유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에 맞서기 위한 것이지만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작은 국가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위력핵탄두는 방사능 낙진이 적어 북한에 사용해도 한국과 일본에 미칠 방사능피해가 적고 북한군 사령부 등의 공격에 유용하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 공격용으로 사용하는 데 이상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 저위력핵탄두는 대서양에 배치된 테네시호뿐 아니라 태평양에 배치된 미국의 다른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에도 이미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저위력핵탄두가 태평양에 배치된 미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에 배치되었는지와 필요하다면 북한 공격에 사용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입을 다문 사람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국의 속내가 무섭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을 핵무기로써 언제든 치겠다는 뜻 아닐까.

박태정 기자 tt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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