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5%로 인상…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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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1.5%로 인상…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책무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4.14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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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총재가 공석이지만 치솟는 물가를 해소하고 미국의 긴축강화에 따른 한미 금리차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전경.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전경. 사진=한국은행

한은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석 달 만의 인상이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019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1.5%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날 금통위 회의는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 없이 열렸는데 이는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사진=한국은행

총재 공석 사태 속에 금통위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의 물가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1%가 상승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 관리목표치 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당분간 물가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란 점이다.  이날 오전 발표한 3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5.5%, 전달보다는 7.3%나 뛰었다. 1년 전보다 원유(85.8%)와 옥수수(34.8%)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수입물가는 순차로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들썩이는 물가는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에 본연의 임무 수행을 하라고 강요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강도와 속도를 높여가는 것도 한은이 서둘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 시장에서는 5월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달 최대 950억 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양적 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도 5월 시작한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0.25~0.5%다. Fed가 두 번만 0.5% 포인트 올리면 금리 상단이 연 1.5%로 올라선다. 제임스 불러드 연준 총재 등 Fed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들 사이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칫 한미 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다. 한은은 이를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한 돈을 빼서 미국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곧 원화가치 하락, 수입물가 상승, 국내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한은은 이번에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비판을 감내하면서 금리인상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통위원들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모를 리 없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이자 부담이 늘고 소비가 줄어 들 수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62조원 규모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대출자 1인당 평균 16만1000원이 늘어난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정부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고 이는 금통위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후과'가 심각할 것이란 점을 두루 살폈고 이는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앞으로도 한은 선제예방하는 정책결정을 하길 바란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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