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축산물 3개월째 30%대 급등한 이유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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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농축산물 3개월째 30%대 급등한 이유 뜯어보니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4.23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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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과 환율상승이 배후요인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옥수수와 밀 등 곡물가격 상승, 국제유가 상승에다 환율상승이 겹쳐 일어난 일이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도화선이 된다.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 3개월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5월 기준금리를 0.50%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 환율이 더 오르면서 수입 농산물가격 상승을 부채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제분 '곰표' 밀가루
대한제분 '곰표' 밀가루

23일 관세청 산하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2015년 100기준)는 112.6으로 1년 전보다 31.7% 상승했다. 지난해 12월(33.5%)과 올해 1월(31.5%)에 이어 3개월째 3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수입가격지수는 수입 비중이 높은 58개 품목을 선정해 매월 작성한다.

농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33.3% 뛰었다. 곡물류 중에서는 커피 원두(68.1%), 제분용 밀(58.4%), 사료용 옥수수(52.4%), 가공용 옥수수(45.2%) 등이 크게 올랐다. 축산물 수입가격지수도 지난해보다 36.7% 상승했다. 냉동 소고기(53.3%), 냉장 소고기(47.7%), 닭고기(47.5%)의 오름 폭이 컸다. 돼지고기도 1년 전보다 6.4% 올랐다. 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3.5% 올랐다. 활어(38.6%), 신선 어류(30.0%), 냉동어류(8.8%)가 모두 상승했다.

수입가격지수가 상승한 것은 국제가격 상승이 1차 원인으로 꼽힌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연질 적색 겨울밀 7월 인도분은 22일 부셸(약 25.4kg)당 21센트 내린 10.7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옥수수 선물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썩세스풀파밍
옥수수 선물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썩세스풀파밍

옥수수 7월 인도분은 14.75센트 내린 부셸당 7.95달러로 마감했다.옥수수 7월 인도분은 18일 8.04달러로 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8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두 나라의 전쟁으로 올해 초 부셸당 6달러인 옥수수 가격은 약 4개월 만에 30% 이상 치솟았다. 

7월 인도분 대두유는 0.89센트 오른 파운드당 79.64센트로 마감했다. 글로벌 긴축 우려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대두유는 바이오디젤 연료의 공급원으로서 원유 선물가격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수입 물가가 이처럼 급등한 데는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영향도 크다.원달러 환율은 22일 전날에 비해 0.44% 오른 달러당 1243.50원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1245.4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기준으로는 2020년 3월24일(126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추이. 사진=e나라지표
원달러 환율추이. 사진=e나라지표

지난해 4월 달러당 1112.3원에서  12월 1188.8원으로 1100원대를 유지한 원달러 환율은 1월 1205.5원으로 1200원대로 진입한 이후  2월 1202.3원, 3월 1212.1원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3월15일에는 1244.4원으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2019년 연평균 달러당 1156.4원에서 2020년 6.1% 내린 1086.3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9.4% 오른 1188.8원을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에 기준금리를 0.50%나 0.75% 올릴 가능성이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곡물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농축수산물 수입물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르고, 해상 운임도 뛰었다"면서 "2분기(4~6월) 식용·사료용 곡물 수입 단가가 전 분기 대비 각각 10.4%, 13.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니버터칩.사진=해태제과
허니버터칩.사진=해태제과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해 곡물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어 생산자물가와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 달 1일부터 허니버터칩·웨하스 같은 과자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다고 21일 밝힌 해태제과는 그런 기업중의 하나에 불과하다.해태제과 관계자는 "밀가루, 감자, 유지류 등 거의 모든 원재료 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농심은 지난달 새우깡과 양파링 같은 과자 22개의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양파링, 꿀꽈배기, 포스틱 같은 과자는 6.3%, 새우깡은 7.2%가 올랐다. 롯데제과도 이달부터 빼빼로와 빈츠 등 일부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가격을 13~20%가량 올렸다.

한 음료회사 임원은 "연초에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면서 "캔의 원재료인 알루미늄과 밀, 옥수수 등이 최근 급등해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 고심중"이라고 전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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