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오일 시장 '인도네시아 쇼크'...수출금지 파장 일파만파
상태바
팜오일 시장 '인도네시아 쇼크'...수출금지 파장 일파만파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4.23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도네시아가 석탄에 이어 이번에는 팜유 수출금지에 나섰다. 팜오일은 스프레드(빵에 발라먹는 식품),케이크, 초콜릿, 마가린에서부터 샴푸와 화장품,세제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안쓰이는 곳이 없는 원자재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팜오일을 원료로 사용하는 유니레버와 프록터앤갬블(P&G), 네슬레 등 세계 톱 식품 소비재 기업에 일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시민들이 팜오일을  통 앞에 서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치솟는 국내 식용유 가격 안정을 위해 식용유 원료인 팜오일 수출을 금지했다. 사진=DW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시민들이 팜오일을 통 앞에 서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치솟는 국내 식용유 가격 안정을 위해 식용유 원료인 팜오일 수출을 금지했다. 사진=DW

세계 1위의 팜오일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22일(현지시각) 국내 식용유 값 억제를 위해 팜오일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식용유의 일종인 해바라기유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공급이 차질을 빚자 팜오일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인도네시아내 식용유 가격은 최근 몇 달 사이에 3분의 2가 급등해 리터당 2만2000루피아(미화 1.5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21일에는 수도 자카르타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팜오일과 식품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팜오일 수출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내에서 적정가격에 살 수 있는 식용유가 풍부해질 때까지 이 정책 시행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리 물리아니 인드라와티(Sri Mulyani Indrawati)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정부는 수출금지가 다른 나라에 해를 줄 것임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에 따른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조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1월부터 팜오일 수출허가제를 도입해 사실상 수출을 통제해왔다. 즉 국내 공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한 다음 인도네시아 국내 수요 충족에 문제가 없을 때에만 수출을 허가했다. 팜오일 국제가격 상승으로 자국 내 식용윳값이 40% 이상 치솟자 팜유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했는데 그것마저 제대로 먹히지 않자 아예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인드라와티 장관은 "인도네시아 서민 가계는 식용유값이 너무 비싸 살 수가 없다"면서 "이게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우리가 수출을 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에 수급비상이 걸릴 게 불을 보듯 훤하다.둘째 식품기업과 소비재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팜오일을 많이 소비하는 미국의 유니레버(소비재), P&G(소비재), 스위스 네슬레(식품), 몬델레스인터내셔널(과자),다농(식품), 페레로(초콜릿),로레알(화장품) 등은 원료 확보에 애를 먹을 게 분명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지난 2016년 팜원유(CPO)와 그파생품 약 100만t, 팜씨앗을 짠 팜핵유와 그 파생품 50만t을 사용했다고 밝혔다.유니레버는 소비재 산업계에서 공인된 팜오일을 가장 많이 소비한 기업이다.

네슬레는 2020년 팜오일과 팜핵유 약 45만3000t을 구매했는데 대부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샀고 일부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소량 구매했다. P&G는 2020~2021 회계연도에 팜오일과 팜핵유,파생제품을 약 60만5000t 사용했다. 전세계 팜오일 생산량의 약 0.8%를 소비했는데 소비하는 팜오일의 70%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산이다.

페레로는 2021년 상반기에 소비 팜오일의 85%를 말레이시아에서 구입했고 9%만을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했다.

화장품 메이커 로레알은 2018년 보고서에서 연간 팜오일 소비량은  370t미만이라고 밝혔지만 팜오일과 팜핵유 파생품을 약 7만1000t 구매했다.

인도네시아의 금수조치로 팜오일과 관련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은 2위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산 사용을 늘리거나 대체 식용유를 확보해야 하는 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올래 전 세계 팜오일 생산량은 약 7700만t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팜오일 생산은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노동자 이주 금지로 지난 2년 동안 감소했다.

다른 식유용 수출도 감소했다. 주요 대두유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부진한 수확에 올해 수출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캐나다는 지난해 가뭄으로 카놀라유 농사를 망쳤다.

전세계 팜오일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의 금수조치로 시장에 나올 물량이 사라지고 다른 식용유 공급도 줄 경우 결과는 뻔하다. 가격 상승이다. '식용유발 농산물 인플레이션' 즉 애그플레이션은 피하기 어렵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