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50원과 한국은행의 대응
상태바
원달러 환율 1250원과 한국은행의 대응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4.25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한국 원화의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5일 장중 1250.1원까지 올랐다. 환율상승은 우리 경제의 건실한 성장보다는 앞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관측에 따른 미국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취임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달러당 1250원을 찍었다. 이에 따라 환율이 1300원까지 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중국의 한 은행 직원이 달러 지폐를 헤아리고 잇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달러당 1250원을 찍었다. 이에 따라 환율이 1300원까지 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중국의 한 은행 직원이 달러 지폐를 헤아리고 잇다.  사진=차이나데일리

환율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은 우리 수출품 가격경쟁력에는 보탬이 되지만 역으로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을 올려 수입물가 상승에 이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만큼 달가운 재료는 아니다. 결국 물가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 처방이 나와 은행에서많은 돈을 빌린 서민과 기업들만 골병이 들게 만든다.세상 만사 '과유불급'의 원리가 적용된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전 거래일(1달러에 1239.1원)보다 10.8원 오른 1249.9원에 마감했다. 이는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43.5원에 개장해 마감 직전 장중 1250.1원까지 올랐다. 장중 기준으로 올해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50원을 넘은 것은 1265원인 2020년 3월 4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이 한 달 여만에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은 물론 주요 수급주체별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외환당국은 지난달 7일에도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27.60원까지 오르자 "최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역외의 투기적 움직임이나 역내 시장참가자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1050~1200원 사이에서 주로 움직였다. 1250원을 넘어선 건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때와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 등 두 차례가 전부다. 두 번 모두 환율이 1250원 위에서 머무른 기간은 며칠에 그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Fed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에 따른 것이다. Fed는 5월 FOMC에서 0.50% 올리는 빅스텝을 밟고 6월14~15일 FOMC에서 0.75%포인트를 올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연준이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요인들 탓에 지난 22일 유로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달러지수는 22일 101.22로 전날(100.58)보다 0.64% 상승했다. 달러강세는 곧 원화약세, 환율상승과 동의어다.

올해 환율이 1250원 선 이상에서 오래 머무른다면 보기 드문 원화 약세 국면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강 달러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상의 금리 변화 폭의 2배인 0.5%포인트의 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도 있는 전망마저나오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최근 뚜렷한 엔저 현상이 달러 가치를 더 밀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면서 "단기로는 달러당 1270~128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시절 모습. 사진=IMF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시절 모습. 사진=IMF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소비자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다.환율이 오르면 수입가격이 오르고 이는 국내 판매가격 상승에 이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다시 말해 환율상승은 수출가격 경쟁력 제고라는 이점도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가져온다. 물가안정을 정책목표로 삼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만 원화 가치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을 통한 물가안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취임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 상견례에서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앞으로도 통화정책의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어떤 속도로 금리를 올릴 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원화 약세 상황에 대해  "아직까지 원화의 절하 폭이 엔화 등 다른 국가 통화에 비해 심한 편은 아니다"면서 "환율 움직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있지만, 환율을 타깃(목표)으로 삼아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다음달 26일 금통위 회의 전까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4월 소비자물가지수, 5월 FOMC 회의 등을 확인하고 기준금리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이다. 그 때까지는 원화약세, 환율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덕분에 수출이 늘겠지만 한국경제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결딴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