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기름붓는 환율급등...1달러 126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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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기름붓는 환율급등...1달러 1265원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4.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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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1250원을 넘어선 지 하루 만에 1260원까지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환율상승은 수출 가격경쟁력 향상을 가져오지만 수입물가 상승에 이은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만큼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다.

2022년 1월 이후 미국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추이. 사진=신한금융투자
2022년 1월 이후 미국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추이. 사진=신한금융투자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5%(14.40원) 오른 1달러에 1265.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1.10%(29.25포인트) 하락한 2639.06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0.7원 오른 1261.5원에 개장한 뒤 1263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260원을 넘은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24일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원달러 환율은 3월에 비해 3% 이상 상승했다.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을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효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자 지난 25일  '수급주체별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렇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연히 앞으로 미국 금리가 더 올라가면 (원화가) 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게 자극제가 됐다.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시절 모습. 사진=IMF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시절 모습. 사진=IMF

달러 강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통화긴축 영향이 크다. Fed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공식화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Fed가 5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를 올리고 6월에  0.75%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미국달러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원화는 약세가 돼 환율이 올라간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6일(현지시각) 전날에 비해 0.57% 상승한 102.350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국발 악재도 가세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를 전면 봉쇄하고 수도 베이징까지 부분 봉쇄했다. 이에 위안화 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당초 봉쇄 조치는 이달 초 해제될 예정이었으나 오히려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지난 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위험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켰다. 

2022년 주요국 물가상승률. 사진=기획재정부
2022년 주요국 물가상승률. 사진=기획재정부

환율상승으로 국내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환율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병목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4.1% 뛰었는데 4월에는 더 올라갈 공산이 커졌다. 국제유가와 국제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여기에 환율상승분을 더하면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것은 불문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집계됐다.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투자, 소비 등에 영향을 미치고, 물가 관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분기 3.8%에서 2분기 4.5%로 높아지고 3분기 4.2%, 4분기 3.6%를 기록해 연간으로 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이는 지난 2020년 0.9%, 지난해 2.2%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높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에도 악재다. 환율이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보는 만큼 재빨리 주식을 팔고 나가 주가지수는 떨어진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측면에서 환율상승은 부담요인"이라면서 "원·달러 환율상승은 원화 약세를 나태내고이는 수급측면에서 외국인 순매도를 자극한다. 그 과정에서 코스피도 대부분 하락한다"고 말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3%이상 상승한 국면에서 코스피는 높은 환율로 약세를 기록한 게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 수준인 달러당 13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원화 강세를 이끌만한 요소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외 악재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전망대로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6월 0.75%포인트 올릴 경우 한국 기준금리(1.5%)보다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달러가치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 자본 유출, 증시 하락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5월4일 FOMC에서 0.5%포인트를 인상할 경우 환율에 줄 영향은 97.6%, 6월15일 FOMC에서 0.75%포인트를 인상할 경우 환율에 줄 영향은 87.2%로 예측됐다.

신승연 우리은행 연구원은 "5월 FOMC 회의를 앞두고 자본시장에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베팅을 지속하는 가운데 강달러 압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웃돌면 1300원까지 고점을 열어놔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당시 1296원까지 올랐는데, 당시와 비교했을 때 펀더멘털이 더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가 나오는 국면에서 코스피 기준으로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기록한다"면서 "이번에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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