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유류 1만t, 불법 환적 거쳐 북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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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유류 1만t, 불법 환적 거쳐 북한 들어가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4.29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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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회사인 SK에너지의 유류 약 1만t이 선박 간 불법 환적 방식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미국의소리방송(VOA) 보도가 나왔다. SK에너지 측은 정상 거래였고 제재 위반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목적지가 '공해상'으로 표기되는 등 이미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공해상에서 국적 미상의 선박과 북한 유조선 안산1호가 이틀 연속으로 환적하고 있다. 사진=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캡쳐
공해상에서 국적 미상의 선박과 북한 유조선 안산1호가 이틀 연속으로 환적하고 있다. 사진=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캡쳐

VOA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SK에너지와 대만 선박 간에 이뤄진 두 차례 유류 거래에 주목했다며 29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에 반입 가능한 정제유를 연간 50만 배럴(약 6만2500t)로 제한하고, 유류를 반입한 나라들이 매월 이 양과 운송 수단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있다. 북한은 공해상 선박 간 환적을 하는 방식으로 매년 상한선을 크게 초과하는 유류를 반입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연례보고서에서 대만의 청춘해운이 연관된 제재 위반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유엔 회원국 1곳의 정보를 인용해 청춘해운이 운영 중인 유조선 '선와드'호가 지난해 3월과 4월 북한 선박으로 유류를 환적했다고 밝다.

보고서는또 청춘해운이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Shell companies)를 소유하고 있다면서 이 중 한곳인 '에버웨이 글로벌'이 이 유류를 구매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패널이 별도로 공개한 2건의 선하증권(Bill of Lading)을 통해 해당 유류를 판매한 주체가 SK에너지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VOA는 전했다.

VOA에 따르면, 이들 선하증권 2건은 화주(Shipper) 즉 화물을 판매하고 이를 선박까지 송부하는 역할을 맡는 주체를 SK에너지로 표기하고 있으며, 화물을 전달받는 주체 즉 수하인(Consignee)을 '에버웨이 글로벌'로 명시했다. 거래 물품은 가스오일(Gas Oil)로 3월과 4월분 각각 4989.252t(3월)과 4553.403t이며 운송은 '선와드'호가 대만 타이중 항구에서부터 맡는다고 적혀 있다.

해당 화물의 목적지 항구는 2건의 선하증권 모두 '공해상(High Sea)'으로 나타나 있다.

선하증권에 따르면, SK에너지가 두 차례에  유류 약 9542t을 대만 회사에 판매하고, 이 유류는 대만 회사가 운영하는 유조선 선와드호에 실어 공해상으로 향한다.

전문가패널은 선와드호에 실린 해당 유류 1차분(4989t)이 지난해 3월30일과 31일 사이 불법 공해상 선박간 환적 방식을 통해 북한 깃발을 단 신평2호로 옮겨졌으며 다음날인 3월31일과 4월1일 사이 다른 북한 유조선 안산1호로 환적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4월에 판매된 유류 2차분 역시 같은 해 4월 6일과 7일 사이 선와드호에서 북한 선박 '은흥'호로, 또 다음날엔 '삼종2'호로 환적됐다고 설명했니다.

전문가패널은 선와드호에서 유류를 건네받은 이들 4척의 선박들은 북한 남포와 청진, 함흥 항으로 이동해 해당 유류를 하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위성사진 4개를 함께 공개했다.

SK에너지가 판매한 유류는 연간 허용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지만 불과 4~5일 만에 아무런 보고를 거치지 않은 채 북한으로 유입됐다고 VOA는 지적했다.

SK에너지 측은 판매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매자가 대북제재에 연루된 사안이라며 대북제재 위반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28일 VOA에 "물건을 판매할 땐 FOB(본선인도) 조건에 따라 물품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있지만 대용량으로 판매되는 석유제품은 목적지를 바꾸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SK에너지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전문가패널 측의 조사에 협조하고 자료도 제출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종적으로 (대만 거래 업체가)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더 이상의 거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초 유류가 거래될 당시 구매자 측이 '공해상'을 목적지로 지정한 것 자체는 불법은 아니지만 대만 인근 해역에서 원양 어선 등이 유조선을 통해 유류를 공급받는 게 일반적인 일이 아닌 만큼 SK 에너지가 좀 더 신중하게 관련 내용을 살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선박에 주유할 수 없는 유류제품을 최초 판매한 것이라면 '공해상'이라는 목적지에 더욱 의구심을 가졌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재무부 등 미국의 관련 부처들은 과거 여러차례 전 세계 해운업계가 의도치 않게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될 가능성에 대해 여러차례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19년 국무부, 미 해안경비대와 합동으로 발표한 '북한의 불법 선적 행위에 대한 주의보'에서 "각 화물 수령인과 거래 대상은 북한의 유조선에 유류를 공급하지 않도록 하고 정유회사는 그 공급망에 속한 회사들의 실사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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