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환율전쟁...원vs엔vs 위안 약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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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환율전쟁...원vs엔vs 위안 약세 경쟁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4.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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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환율이 춤추고 있다. 원화와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가치가 약세(환율급등)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환율급등은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긴 하지만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는 물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경계할 요인이다. 문제는 미국이 계속 긴축강도를 높일 예정이어서 달러강세에 따라 3국 통화 약세, 환율상승과 고물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역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3국은 자본유출 억제를 위한 환율전쟁도 치열하게 벌이고 고인플레이와 전쟁도 벌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20분 현재 1달러는 전날에 비해 0.39% 내린 126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은 달러당 12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26일에 비해 7.3원 올랐다. 강달러화에 따른 원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종가기준으로 1270원을 넘어섰다.

원화 약세는 미국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달러 선호 현상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상하이에 이어 수도 베이징을 일부 봉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부분이 환율에 반영된 것이다.

엔화약세(엔달러 환율상승)도 원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일간 기준금리 격차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일본은행의 양적 완화으로 엔화가치 하락(엔달러 환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28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한 때 130.3엔까지 치솟아 20년 사이 최고를 기록했다. 27일 오후에는 엔달러 환율은 128엔대에 머물다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기조를 계속한다고 발표한 직후 130.27엔까지 올랐고 한때 131엔대까지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1엔선을 넘은 것은 200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대규모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단기정책금리를 -0.1%, 장기금리를 0%로 유도하는 장·단기금리 조작을 유지하고, 10년물 국채를 0.25% 금리로 무제한 사들이는 '지정 가격 오퍼레이션'을 매 영업일 계속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올해도 지정가격 시장 조작을 여러 차례 해왔는데, 이번엔 이를 매 영업일 실시로 확대하는 것이다. 엔화가 풀리면서 엔화가치 하락이 이어질 전망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저 현상이 (일본경제에)플러스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과도한 변동은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며 충분히 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일의 기준금리 격차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와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 구로다 총재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8%를 넘는 미국과 0.8%에 머무르는 일본의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물가상승률 2%라는 목표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금융완화를 계속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에서는 엔저, 엔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으로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해야 하고 국민 부담은 늘고 있다. 

중국 장쑤성 난퉁시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인민폐와 달러화를 헤아리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 장쑤성 난퉁시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인민폐와 달러화를 헤아리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 위안화도 약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는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에 비해  0.0030위안 올린 6.562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의 가치가 0.05% 하락한 것이다. 

미국의 통화긴축에 따른 미중간 금리격차 축소,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중국경제의 침체,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외환수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분위기로는 '1 달러당 6.6위안' 선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 경우 달러당 7위안을 향해 달려갈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안에 최소한 6.8위안 이상으로 절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은 위안화의 지나친 하락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완화 기조를 이어온 중국 정부는 해외자본의 유출 즉 '차이나 엑소더스'에 봉착할 위험에 처해 있다. 외자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본격화면 위안화 환율이 더욱 급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N이 인용한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175억 달러(약 22조원)가 순유출 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투자 자금이 전체의 75%, 주식이 그 나머지였다. 올해 2월에도 외국인 투자금은 중국 채권시장에서 55억 달러가 순유출 되면서 역대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다.

최근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하하기로 한 것은 위안화 약세에 제동을 거려는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 인민은행은 지난 25일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다음달 15일부터 100bp(1.0%) 포인트 내린 8.0%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외화 지준율은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외화예금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도록 인민은행에 맡겨두는 자금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을 낮추면 은행들은 활용할 수 있는 외화가 늘어나고 곧 시중 달러 공급량도 증가한다. 달러가 더 풀리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자 5월과 12월 두 차례에 외화 지준율을 당초 5%에서 7%로, 7%에서 9%로 각각 올렸다. 5월 조정은 2007년 5월 이후 14년만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오는 5월3~4일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통상의 2배인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이어 6월15일 FOMC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0.75% 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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